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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은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서늘한 분위기가 맴돌기도 신기한 기분이 들기도 하다
끄끝내 이런 요상한 생각들을 정리하기도 벅차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간단명료하게 결론 내리지만, 어쨌든 형언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단 셈이다.
여러 세계에 여러 사람들을 보았지만 내가 가장 낯설었던 부류가 한 쪽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가까울 수도 있을 그들은, 나에게 가장 먼 존재가 되기도 한다.
자주 종종, 그들을 마주할때면 그 세상을 엿볼때면 그 곳에 위화감없이 낄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자심감에 사로잡혀있을때가 있다. 왠지 그 세계는 나의 세계의
지름길을 안내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든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네 생각은 옳고, 너의 판타지는 멀지 않다. 이상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 세계를 통해서 말이다. 주머니 속에 거울이 들어있었다. 그들이 거울을 내게 넣어주었다 하는 편이
더 옳을지도 모를일이다. 손을 넣어 그 거울을 꺼내들었고, 그들의 왼손이 나의 오른손을 나의 왼발이 그들의 오른발이 되고 있음을 느꼈다.
째깍째깍 시계의 분침과 초침이 시침을 따라가듯, 그리고 다시 분침과 초침이 시침을 움직이듯 하나가 되는 우리를 발견한다.
고개를 숙이고 손을 모으며 흘러나오는 말들은 급박해져가고 더이상 나의 생각들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경지에 이르렀을때, 그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눈을 뜨고 고개를 들면 그들 모두는 하나씩 거울을 든채로, 뜨지 못한 눈으로 왼팔, 오른팔. 정면의 대칭. 어느새 거울은 나의 세계의
지름길이 아닌, 반사판이었다는 것을. 그 세계에 갇혀버린 후에는 깨닫지도 못한다는 것을. 빨려들어가는 손목을 붙잡으며 알아버렸다.
뜨지 못한 눈으로 외치는 목소리가 다시 낯설어져, 거울 속 보이는 그들과 같은 내 자신의 모습이 낯설어져, 거울을 조각냈다.
그러자 환영처럼 목소리가 사라지고 내 두손이 자유로워지며 비로소야 눈을 떴다.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은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서늘한 분위기가 맴돌기도 신기한 기분이 들기도 하다.
나에게 가장 낯설었던 그들은, 나의 기대가 아닌 착각이었으며 그건 전부였고
발을 디딘다면 내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런 세계,
결국 거울 속에 갇히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