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실험
    쓰다 2017. 1. 29. 10:16


    나와 닮은 수 많은 내 친구들의 손을 부여잡고, 어깨를 마주하며 일렬로 나란히 서있다. 바로 앞 코 닿을 거리에는 또 다른 나와 닮은 친구들이

    손을 부여잡고 어깨를 마주하며 일렬로 나란히 서있다. 어디까지고 끝을 모를 손에 손에 어깨와 어깨까지. 마주잡은 친구의 손의 몇 번째 손가락을

    꽉 하고 잡았을 쯔음에, 고막을 찢을 듯한 괴성이 들려오고 마저 발을 떼어내기도 전에 나를 잡아끄는 친구들은, 나의 친구들이자 '나'의 n번이자 다시 

    나는 그들의 n번. 몇 시간, 몇 백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를 빛과 어둠의 교차 속에서 몇 명의 몇 백명의 내가 사라졌을까. 뒤를 돌아 힐끗힐끗 숫자를 세다

    이내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그들이 말하는 이틀이라는 단어에서 -내게는 그것의 의미를 깨닫지는 못하였지만- 2n 혹은 2렬 정도가 끝냈다고 말한다.

    내 손을 잡은 친구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날 멀리서 보았던 그 친구들은 게임을 끝냈나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꼭 닮은 그 친구들은 게임을 끝냈나봐.

    강물에 들어가 시원한 물 한모금 찍어바르며 식도의 존재를 느끼고, 부딪히는 어깨의 울림이 상체의 존재를 느끼고 풀밭위 맨발로 디딛는 쓰라림 속에 하반신의 

    존재를 느낀다. 어둠은 겹겹이 쌓여 더이상 몇 백번의 시간의 경과도 알 수 없었을 그 즈음에는 허기가 져 쓰러져도 괴성은 들리지 않고, 갈라지는 목 안에서 

    들리지도 않을 소리를 질러보아도 바늘 하나 느껴지지 않아 그제서야 홀로 방황하는 내 손이 느껴졌으며 사라진지 오래인 낡은 어깨만이 기댈 곳을 찾을 뿐이었다.

    나의 n번이자 그들의 n번의 나. 삭아버린 몸뚱이를 끌고 평평한 곳에 누어, 나 이렇게 부른다.

    '어깨를 부딪혀주오, 차라리 나의 손을 깨물어 주시오, 이 손가락을 바친다면 내 손목을 잡아주시오' 

    노래는 마치 동요처럼 타고타고 흘러 동굴 속에 메아리 치듯 들려오네. 그럼 나는 그대들이 되어 노래를 들을 것이다. 즐거이 박수를 치며 한 손으로 마지막 남은 내 팔뚝을 안아줘야지. 

    그리고 부탁해야겠네. 게임을 끝내주세요. 게임을 끝내주세요

    '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amour  (1) 2017.02.06
    글에 대한 글  (0) 2017.02.03
    믿음  (0) 2017.01.19
    성장통  (0) 2017.01.07
    편지정리  (0) 2017.01.06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