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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다 2017. 2. 3. 06:15


    내가 쓴 글을 아주 종종, 자주 보는 편인데  여러 이유 중에 가장 크게는 '나는 무슨 주제들로 글을 적을까, 이다.

    많이 등장했던 주제는 '사랑'이었는데 거기서 좀 더 가지를 뻗쳐보자면 애정결핍, 외로움, 우울이 있었다. 

    결국 근본적 뼈대인 '사랑'

    길을 걷다가도 잠을 자기 전에도 굉장히 많은 시간을 사랑에 대해 생각하며 결국 '왜 나는 사랑에 집착하는가'로 종결된다.

    심리학 수업 때 프로이트에 대해 배웠다. 그의 이론들을 살펴보면 '고착'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혹여 내 과거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싶어

    기억을 더듬지만 막내딸로 태어나 가족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았고 그들은 내게 최선을 다했고,

    억지로 쥐어짜낸 맞벌이 부모님과 떨어져 있던 나의 어린 시절들이 '왜 나는 사랑에 집착하는가'에 대답이 되진 못했다.


    /한 가지 아주 큰 사건/이 나를 갑자기 뒤덮었다. 

    아주 그럴싸한 이유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텍스트화 하기엔 너무나 아픈 일이다. 꼭 추상적인 생각들을 사실화 하는 작업같으니까.

    파내지 못할 시멘트로 덮어버리는 편이 낫겠다. 가끔은 시멘트로 덮어내기엔 내 속에 곯아버린 생각들이 답답해, 꺼내줘 하여 겨우 몇 문장 꺼내보이지만

    그마저도 부끄러워 추상적인 생각들을 추상적인 문장으로 남겨버린다. 그걸 마치 방패막으로 삼아 (나)와 (나의 글)과 (그들) 사이에 괄호와 같은 벽을 치는 것.

    괄호를 허물고 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고 싶은-그 문장들을 이해해버린다면 '왜 나는 사랑에 집착하는가'에 

    답을 찾아버릴 것이고 그들이 답을 찾아버린다면 난 벌개진 얼굴을 부여잡고 도망가버릴지도 모른다. 

    그의 답은 내 모든 이유이다. 여기서 내 모든 이라고 하는 것은 말그대로 내 모든을 의미한다. 내 표정, 내 생각, 내 몸짓, 내 말투, 내 눈빛, 내 입모양

    , 내 미래, 내 꿈, 내 일기, 내 글, 나. 

    내 문장을 완전히 이해해버린다면, (나)와 (나의 글)과 (그들)에서 괄호는 사라지며 나와 나의 글과 그들, 

    그들은 나의 글이라는 다리로 나에게 다가와 나를 다 알아버릴지도 몰라. 나를 비웃을지 몰라.

    사실 /한가지 아주 큰 사건/은 답이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내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억지로 이유를 만들어내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별 일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렇지 않은 일 같기도 하다. 

    또 제자리 걸음, 올해도  사랑에 대해 수 많은 글을 쓰고 외로워하며 우울해하고 가지지 못해 집착할지도,

    하지만 이유를 찾지 못한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찾지 않는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것의 주체는 나 일 수도 그 일 수도 그녀일 수도. 우리 모두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괄호를 만들어 그 안에 우리 모두를 가둬버려야지.

    답답함에 소리를 내지르든, 더 좁은 벽을 만들어 우리를 가두든, 그 안에서도 연필을 들고 타자기를 두드리며 묘한 희열을 느끼는 내자신을 발견하고

    그렇게 끊임없이 되뇌인다, '왜 나는 사랑에 집착하는가'. 이 벽을 파괴할 사람이 나타날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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