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 나쓰메 소세키읽다 2019. 2. 16. 23:59
p17
가엾은 선생님은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에게, 자신은 가까이 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니 그만두라고 경고했던 것이다. 타인과 친숙해지기를 거부하는 선생님은 타인을 경멸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경멸했던 것 같다.
p27
나도 외롭지만 자네도 외로운 사람인 것 같군. 나야 나이가 있으니 외로워도 흔들리지 않고 견딜 수 있지만, 아직 젊은 자네는 그러기 어렵겠지. 흔들릴 만큼 흔들리고
싶겠지. 그러다보니 뭔가에 부딪쳐보고 싶은 걸세.
p50
예전에 그 사람 아에 무릎을 꿇었던 기억이 이번에는 그 사람의 머리 위에 다리를 올려놓게 만든다네.
p73
여름방학 같은 때 고향에 내려간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겠지만, 처음 일주일 정도는 가족들이 극진하게 대해준다. 하지만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그 열기도 서서히 수그러들어, 나중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p184
자신이 태어난 곳은 공기의 색깔이 다르다네. 흙냄새도 각별하고 부모님에 대한 추억도 깊게 배어 있지.
p228
나는 얼음을 양지에 내놓고 천천히 녹이려고 했던 것일세. 언젠가 녹아서 따뜻한 물이 되면 그 스스로 깨달을 거라고 믿고 있었지.
p247
그때 나는 '인간답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네. k는 내가 자신의 모든 약점을 그런 말로 표현하는 거라고 했네. 나중에 생각해보니, 역시 k의 말이 맞더군.
나는 인간답지 않은 게 어떤 의미지 k에게 납득시키려고 그 말을 쓰기 시작했지만, 이미 그 출발점부터 반항적이었기 때문에 나 자신을 반성할 여유가 없었지.
p292
계략을 써서 이기긴 했지만 인간으로서는 진 것이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었네. 나는 k가 나를 경멸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지.
p293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내용은 전혀 씌어 있지 않았네. 나는 그 유서에 나를 원망하는 글들이 가득 채워져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네. 그리고 만약 사모님과 아가씨가
그 유서를 보면 나를 경멸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갖고 있었지. 나는 대충 내용을 훑어보고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했네. 물론 체면상 다행이라는 뜻으로,
그때는 그 체면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네.
p304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했네. 그러면서도 나 자신만은 정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 세상이야 어찌 되었든 나만은 훌륭한 인간이라는 믿음이 마음속 어딘가에 있었던 걸세.
그 믿음이 k의 일로 맥없이 무너져버리면서 나 역시 숙부와 똑같은 부류의 인간임을 깨닫고나니, 갑자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네. 타인을 불신했던 나는 이제 자신까지
불신하게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네.
p307
나는 결국 k도 나처럼 혼자 외로워하다가 끝내 자살하기로 결심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지. 그렇게 생각하니 섬뜩해졌네. 나도 k가 걸어간 길을 똑같이
걸어갈 거라는 예감이 문득 바람처럼 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일세.
-
서스펜서 비슷한 소설을 읽다 상대적으로 잔잔한 소설을 읽으려 하니 안읽혀져 좀 애를 먹었다.
일본 친구가 무슨 소설 읽느냐길래 작가 이름을 보여주니, 엄청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사실 나는 그렇게 유명 작가인지 몰랐다.
오랫동안 천엔짜리 지폐에 새겨있었고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까지 하니. 정말 나만 모르는 작가였나 보다.
그리고 작가의 약력을 보며, 이렇게 오래된 작가 인지도 몰랐다. 1867년에 태어나서 1916년에 사망했다고 나오니, 파블로 피카소보다 형인셈이다
(왜 갑자기 피카소가 생각났는진 모르겠지만 피카소는 그만큼 오래된 작가같지만 사실은 우리와 그리 멀지 않은 작가로 유명하지 않은가,,?)
도서관에 가면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데, 책 이름을 보면 어딘가 낯이 익은게 분명 읽은 책 같긴 하지만 도무지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종종있다.
사람들은 다들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을 다 기억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읽다' 카테고리는 철저히 나를 위한 공간이다. 내가 기억하고 다시금 꺼내보기 위한 공간!
선생님이라는 사람의 한 평생이 외로운 사람으로 살다 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소설이고, 실은 그는 선생인지 아닌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럴만큼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외로운 사람으로 살다간 것이다. 그리고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그 외로움이 주는 공허함에 덧대져 무거운 나날들을 보냈을 것이라 생각된다.
k가 외로워서 그의 삶을 마감한 것이라면, 그 외로움에 유일한 희망이었을 사랑을 짓밟은 선생은 자신의 사랑을 고귀하다고 여길 수 있을까. 순수하게 이루어내지 못한
사랑은 이미 시작부터 불완전함을 암시한다. 어릴적, 또한 지금의 나 역시도 선생의 많은 부분을 공감한다. 누군가의 약점을 이용하는 잔인함도, 어느 부류의 허세라던지.
용기는 없으면서 비교만 하는 내 처지. 누군가는 이런 나를 경멸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하지만 그에게는 이에 대한 댓가가 너무 컸고 그의 일생을 송두리째 바꿨으며
결국 그렇게 끝내 가버렸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런 면이 있다. 그래도 마지막에 그가 이 편지를 전해줄 학생을 만나고 가서 그나마 위로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나토노트 / 베르나르 베르베르 (1) 2019.04.02 악인 / 요시다 슈이치 (0) 2019.02.21 로스트심벌론/ 댄브라운 (0) 2019.02.08 노르웨이숲/ 무라카미 하루키 (0) 2019.01.31 이방인 / 알베르 카뮈 (0) 2019.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