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세계를 건설하는 일쓰다 2016. 8. 26. 01:42
책에 한 때 미쳤던 때가 있었다. 1학년 겨울 펑펑놀기만 하던 나에게로 날아온 성적표 그리고 그걸 바라보시던 어머니.
실망한 어머니의 모습과 함께 책이라도 읽으라던 말씀 한마디.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며 집었던 책들이 한권이 되고 두권이 되고.
불끄며 잠이 든 어머니 옆에서 핸드폰 불빛으로 몰래몰래 페이지를 넘겼던 그날들. 지식의 습득 따위를 바란게 아녔다. 재밌어서 읽었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새벽을 지새웠으며 다시 일어난 아침엔 새 책을 집어들었다. 내 기억 속 그 해 겨울은 여름이 되기도 했고 15살의 중학생이 되기도 했으며 일본의 어느 작은
집에 있기도 했다. 어딘가로 어디든 갈 수 있었고 누구든 될 수 있었던 것, 책은 이렇듯 나에게 놀라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책과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나는 문득 책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다. 책을 읽는 것이 옳은 일? 핸드폰을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
결코 이분법적으로 답이 놓여져 있는 것은 아녔지만. 나는 내 세계가 이 작은 손바닥 안에 갇히는 것이 안타깝다. 그 해 겨울 내 세계는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었다.
내 눈을 감으면 펼쳐지는 것은 모든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손바닥 안에 갇혀버린 내 좁은 세계들을 놓아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책을 집어들 것이다.
잠시 멈춰버린 나의 세계를 짓기위해
'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0) 2016.09.13 나는 밤을 사랑한다 (0) 2016.08.30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보게 한다는 것 (0) 2016.07.26 내면을 죽이는 개성 (0) 2016.07.26 자유 (0) 201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