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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보게 한다는 것쓰다 2016. 7. 26. 03:00
오늘 밤 내가 들어간 욕실 안에서 몇번 적신 물로 벗겨지지 않는가?
지겨워졌다 반짝이는 파도는 낮에 햇살아래 부셔지고 밤에 더욱이 깊어진다 낮에도 밤에도 존재하고 싶은 이. 깊은 바다가 되고 싶어서 나는 크레파스를 벗겨내고
지워내고 씻겨냈다 그리고 검은 활자를 삼켜냈다 생각의 늪에 머리를 담구었고 보이지 않은 세상에 눈을 깜빡였다 눈과 귀를 털어 열리지 않은 상자에 담아낸다
열리지 않은 상자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이 부푸는 상자를 보라 뿜어져나오는 머리의 온기를 느껴라 이내 빨려들어가는 혀끝의 지식을 음미해라
하지만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 온기와 내음, 만지지 않으면 모를 이야기들 혀로 둘둘 말아서 어깨죽지까지 감싸야한다 그리고 내 곁으로 머물
게 해야한다바라보는 눈동자는 고정된 시선이어야 한다. 그것은 내게 멈춰야 한다 다시한번 크레파스를 꺼낸다 살색이 보인다 아무렴 살색은 결국 내 것인데, 그래서
몸을 반으로 나누어 오른쪽의 젖가슴 오른쪽의 팔다리 발톱까지 모조리 칠한다 겹쳐진 살내음과 크레파스 냄새지릿한 쾌감이 몰려온다 밖을 나가자 그리고 외치자
봐라 봐라 내 살들을 보아라 그러려면 나는 더 힘차게 뛴다 부셔지는 햇살 아래 강렬한 태양 빛이 내 오른 몸을 비추으면 나는 외친다 보아라 나를 향해 고정된 시선을
보내라 점차 너는 오른편에 머문 시선을 왼편으로 옮길 것이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내 살색을 알려주겠지 이건 내 것이니까, 어서 맡아 어서 어서 어서 좋지 좋
지? 코에 팔을 들이밀고 좋지 좋지 여기도 이곳도 전부다. 밤이 됐다 깊은 밤에 찾아왔다 그들이 맡고 지나간 자리에 그들 이 모두 떠나간 자리에, 홀로 남겨졌다
밤에 되어 쭈그린 벤치에서 보이는 내 두 발은 피로 엉켜붙어있었다 결국 다 사라질 것들이었단말인가? 결국 아름다움을 보며 아름다움을 만졌다 모든 것을 비추는
햇살아래 눈을 뜨고 만졌다 아, 뜨는 달로 펼쳐진 검은 사각 세계에 아름다움은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깊은 어둠을 걷어낼 수 없구나 찾아오는 낮을 기다릴 수 밖에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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