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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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쓰다 2019. 8. 8. 04:20
초등학교 때 어느 이름도 기억 안나는 온라인 카페에서 펜팔 친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서로를 모르는 우리는 편지를 주고 받고, 어느 소정의 선물을 나누기도 했다. 그 시절 각자 소중했던건, 자신이 수집하고 있던 스티커, 맛있는 간식거리 정도였다. 편지를 보냈다는 쪽지를 받으면, 그날 부로 나는 학교가 끝나기 바쁘게 집으로 뛰어가 우편함을 뒤적였다. 어느날은 텅빈 우편함에 실망하기도 했고, 어느 날은 낯선 편지봉투를 발견하면 뛸 듯이 기쁘기도 했다. 그리고 예쁜 테이프로 둘둘 감싼 편지를 조심스레 뜯어내면, 그 두툼한 편지 봉투에는 사탕이며 귀여운 스티커가 한가득이었다. 마치 보물상자를 여는 행복을 맛보았다. 편지는, 지금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로 가득했지만. 그 당시엔 그것을 참 진지하게도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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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는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특별하지 않다는건 아니야.쓰다 2019. 8. 8. 04:04
인종차별을 거의 매일 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에 이렇다 말을 할 수 없다는게 분하다. 좋던 날의 기분도 그 작은 찰나의 순간으로 망가진다. 거의 3주 간 일개미처럼 일만 했다. 오늘은 무척이나 힘들었다. 2시 부터 3시까지는 내게 지옥의 시간이다. 시간은 정말 상대적이야. 내게는 너무 느린 시간인걸.. 나는 특히나 아이들이 부럽다. 좋아하진 않고, 그냥 저렇게 고민없이 눈동자를 움직이고 흥미를 끄는 가까운 물체를 만지려 하고 그러면 그것을 모두 예의 주시하는 부모님이 옆에 계시고, 그 시절이 더 기억이 나 부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운 감정을 이렇게 부르는 것일지도 모를일이고. 그 시절이 소중하고 값진 것임을 알지만 돌아갈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아이들은 그 시절이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면서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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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한 찬가쓰다 2019. 5. 14. 15:13
하고 싶은, 적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졌나보네요 펜을 든지 오랜만에 이렇게 계속 써내려가고 있는 것을 보면! 두 번째로 사르트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그의 책의 소개 중 '존재와 무'에 대해 니체 이후 신이 사라져버린 시대에 인간에게 바치는 찬가이자 비가라고 칭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마치 그의 글이 이 세상 모든 인류를 위한 듯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고 마음 먹지만 그 방향이 어디인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 또한 압니다. 적어도 내가 파고 있는 이 땅 속에서 무엇을 캐고자 하는지는, 스스로 알아야하니까요. 나는 깊이 질투하고 시기하고 열등감 덩어리임을 자각합니다. 이는 표피마냥 떼어지지 않고 꼭 들러 붙어 나를 괴롭힙니다. 그것을 내 것이라 부르지 않고 다른 개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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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주의 윤숙이의 배영 자유영 접영 하는 이야기쓰다 2019. 5. 7. 09:36
언니가 생일이라서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언니는 내게 막내치고 그렇게 애지중지 어화둥둥 키운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나 하고싶은거 다하면서 사는것같다고 그게 참 부럽다고 했다 그러고보면 초등학교땐 달리기가 재밌어서 이 년간 체육을 했다.( 잘한다고 해서 재밌어진건지, 재밌어서 하다보니 잘한걸 발견한건지 인과관계는 불분명하지만) 학교 대표로 나갔는데( 생각하건데 아마도 내 이십육년 인생 중 가장 책임감을 부여받았던 일이 아닌가 싶다) 시작을 울리는 총소리와 신발이 바닥에 박히는 그 조급한 소리들, 바통을 이어받는 그 찰나의 순간을 떠올릴때면 아직도 가슴이 쿵쾅쿵쾅하고 뛴다. 중학교땐 갑자기 가수가 하고싶다고 삼년간 음악학원을 다녔다.매일같이 학원 연습실에 가서 악보 따고, 녹음하고 반복 반복. 돌이켜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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汚쓰다 2019. 4. 8. 07:50
어제와 엊그제의 하루들을 보내고서. 나에 대해 내 스스로 아직도 잘 모르는건지 혹은 알기가 두려워 덮어버리는건지 고뇌했다. 어느쪽이든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것은 맞았지만, 사실 후자에 가까울까봐 악몽같은 하루를 지새웠다는 걸 안다 스무살 두살 세살 그 고개를 넘어갈수록 내 성격이 혐오스러웠다. 거짓으로 얼룩지고 싶지 않아서 흙탕물에서 발버둥쳤지만 어느순간 그 흙탕물이 나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는 진실된 이들에게 오만하다며 열등 의식을 퍼부었지. 몇 십년, 몇 백년이 지나도 그 자리를 지키는 바다와 산들을 두려워 하며 말이다. 가끔 술을 진탕 마신 날엔, 엄마한테 하소연을 쏟아내며 어리광을 부렸다. 엄마라면 가라앉는 나에게 손 내밀어주지 않을까 싶어 기대해보지만, 그녀 역시 완벽한 타인임을 인지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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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그 모호한 무의식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우리나라 지도 점과 느린 달팽이쓰다 2019. 3. 25. 09:04
근 사흘정도 피곤에 절어있다. 며칠 째 악몽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꿈에서도 꿈인 것을 자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엔 그것이 어렵다.영계, 영혼, 죽음과 관련된 책을 읽어서 그런걸까? 확실히 어릴 적부터 죽음에 관심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미약하게나마 가까이로 갈 수 있었던거니까/ 죽지 않았음에 감사하지만 그 이후로 꼬리표처럼 - 내 스스로 붙여주었던- 언제나 죽음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 그리 멀지 않은 것이라며 조여오기도 혹은 자위하기도 했다. 어느 한켠엔 나는 과반 수 이상의 확률로 타살로 인해죽음을 얻지 않을거라 추측한다. 이 생각은 별안간 내 왼팔 윗 부분에 이제는 거의 보이지도 않는 흰 점 때문일테다. 그건 우리나라 지도를 쏙 빼 닮아서 엄마랑 할머니는 내가 장차 큰 사람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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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별로 없는 도서관쓰다 2019. 3. 16. 09:58
파리에 있는 한국 문화원에는 책이 많지 않다. 일본 소설만 해도 아마 서른 권 미만일 것이라 추정된다. 그 중 이미 읽은 것은 대개 열 개에서 열 다섯개 정도 되기에 나머지 중에 고르는 것은 굉장히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 즐겨 읽는 장르는 추리와 서스펜스이다. 하나를 지독히 파는 성향 덕에 이 쪽 장르를 점차 정복해나가고 있지만 도리어 그런 탓에 다른 장르에는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이 것은 여기서 책을 읽는 과정 속 굉장한 단점으로 다가왔었다. 매번 봤던 그 목록의 제목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쑤신다. 그렇다고 없던 책이 생길리는 물론 만무하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장르를 넓힐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신화나 신비는 내 부장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추리 다음으로 좋아한다. 어쩌면 어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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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파파쓰다 2019. 3. 16. 09:42
아빠는 내게 무뚝뚝한 분이시다. /내게/는 /나에게/라는 의미 보단 /내가 느끼기에/ 라는 의미이면서 더 정확히는 나에게는 조금 더 다정한 분이시다.그런데 엄마가 가끔 아빠가 해준 다정한 언행을 이야기 하실 때면 내가 정의 내린 아버지와 동일 인물인가 하는 의문점이 든다. 가정의 오류에서 오는 이질감에 선뜻 엄마의 말을 믿었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그런 면에 대한 가능성을 틈 사이로 열어 놓았다고 하면 좋을까.요 며칠. 얼마라고 셀 수 없는 날의 전. 아빠는 메시지 보내는 법을 배우셨다. 그 전에 아빠는 내가 메시지를 보내면 1이 사라지는 것으로 대답을 하시는 분이셨다.서툴게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터무니 없이 불완전한 문장이지만 그 것이 더 살갗 깊숙이 와 닿았다면, 진실되게 들리려나?물론 이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