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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나를 보았다
    쓰다 2015. 11. 25. 03:32

    초등학생때인가 중학생때인가. 어쨌든 컴퓨터수업을 들었을 때의 이야기다-기억을 특히나 그기억을 거기까지 더듬을 수 있음에 놀랐다- 항상 수업시간엔 한컴타자를 켜서 타자치는 연습을 했는데, 나는 이 시간을 매우 좋아했다. 워낙 타자치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따분한 수업 중에 유일한 오락 느낌이었으니까. 들어가면 여러 글들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내가 항상 쳤던 건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걸 쓰면 타자가 항상 빠르게 나왔던 것 같은 이유였을거다. 왜인지 모르게 둥글둥글한 느낌의 글자들 100번도 이상 쳤을 별 헤는 밤 나중에는 보지 않아도 손이 저절로 움직이더랬다. 무슨 내용인지는 몰랐다 그땐. 그것은 내게는 글이라기 보단 한자 한자의 글자에 불과했다 그냥 나에겐 타자연습하기 좋은 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오랜만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멍때리다 문득 그날의 별헤는 밤이 생각났다 그리고 마치 진귀한 보석을 훔친것마냥 떠오른 기억을 소중히 담아 검색창에 별헤는 밤을 쳐보았다 익숙한 손가락은 나도 모르게 한글자 한글자를 읊고 있었고, 입도 자연스레 따라 읽혀지더랬다. 어제의 기억처럼 너무 익숙해서 감격스러울정도였다. 가장 놀라웠던것은 읽는 내내 나는 글을 읽고 있었다. 내용이 한문장 문장이 나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웠던 것은 나의 글 곳곳은 알게 모르게 수백번을 적었을 그 글과 많이 닮아있었다 언젠지도 모를 그때의 실은 잊고 지냈을 일들이 나의 일부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이른 저녁날 바람이 불어오는 이 곳에서 나는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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