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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 비오는 런던에서 천천히 걷기
    쓰다 2016. 7. 2. 02:44

    [다시보는 런던의 뮤지컬]

    2년 전 언니와 봤던 오페라의 유령. 나는 거하게 잤다. 다시금 뮤지컬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빅벤가는 길에 빌리라는 뮤지컬이 있었고 무작정 들어가 칩티켓을 외쳤다. 다행히도 29파운드를 하는 티켓이 몇장 있었고 갑작스레 지금은 뮤지컬 공연장 안이다. 내용도 모르고 영어도 못하는데. 와이파이도 안되니 걱정이지만. 이번에는 기필코 안자겠다고 결심해본다.


    [생각]

    같은 번호의 버스가 엇갈려 지나갈 때 운전기사분들이 손인사를 주고받는지.  숨바꼭질을 하거나 도서관에 가면 꼭 소변이 매려웁다던지. 


    [빌리]

    딱히 기대를 하고 본 뮤지컬도 아니였고, 무계획에 즉흥적이었던 뮤지컬이었는데. 처음 오프닝이 시작하자마자 울컥하고 뜨겁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더랬다. 내 자리는 구렸지만, 덕에 가운데서 지휘자이자 피아노 연주를 하는 사람이 잘보였다. 좀 놀랐다. 모두 진짜같아서. 동시에 흐릿하게 보이지만 무대밑에서 연주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뮤지컬이 엠알로 진행됐다면 이런 흥분은 없었을 것이다. 온몸으로 박자를 타는 피아노와  그 밑에서 묵묵히 연주를 하는 사람들 덕에 날 것의 음악이 더 크게 와닿았다

    뮤지컬이 좋았던 점은 배우들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보인다는 것이다. 정말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되짚어보다]

    언니와 갔던 곳을 차근차근 걸어보았다. 그 때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추워서 훌쩍거리며 돌아다닌 기억이 난다. 조금씩 비가 내리는 터에 우비를 입고 우리가 영국에 왔다니, 신기해하며 사진도 여럿 찍고. 그 거리를 몇년이 지난 지금 혼자 천천히 걸어본다. 2년이 금방 지나갔다.


    [돌이켜보면]

    프랑크푸르트는 새벽에 천천히 걸었던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이제 막 출근하는 사람들과 조금 흐릿한 날씨. 뉘른베르크 역시 아침에 일어나 올라간 성에서 일출을 보는 것이 좋았다. 로텐부르크에서 반나절을 보내며 구석구석 탐방하던 그 가을같은 길이 좋았다. 베를린에서 우연찮게 갔던 편집샵 거리와 마인강 앞 그곳과 공원에서 하던 버스킹. 가려던 바에 사람이 너무 많아 그 주변에 갔던 햄버거집에서 보았던 훈훈한 어머니와 아들. 그냥 내가 가고 싶은 게 길이 됐던 곳. 런던에서의 헌책방 아저씨는 책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사람같았다. 부스스한 머리에 안경에 시야를 가릴정도로 쌓인 책을 하나씩 정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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