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영화 노무현입니다
    보다 2017. 5. 24. 04:31



    18대 대통령 선거 개표 때 어머니와 함께 손을 모으고 기도하며 티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끄끝내 남겨졌던 감정은 분노와 슬픔. 새로운 파도가 아닌, 바통 터치처럼 이어간 보수세력.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참혹했던 정치판. 눈가리고 아웅했던 뉴스거리. 어둠 속에서 가라앉은 수 많은 생명들과 노란 물결. 이 모든 것을 피부로 몸소 느낀 우리였고, 강자를 향한 비판 따위 존재하지 않으며 편 가르기에 연고주의로 가득한 이 사회에서 지금 이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것은 엄마와 나에게, 나아가 광화문 광장에서 싸워온 우리 국민 모두에게 아주 뜻 깊은 의미가 될 것이라는 걸 의심치 않았다. 그렇기에 보는 내내 엄마 손을 꼭 부여잡고 보았다. 이것이 꿈이 아닐거야, 라고 어루만지며.


    “나와 관련없는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는가?” “내가 힘들면서까지?”


    노사모를 보며 그들의 이상적인 사랑을 보며 계속해서 이런 의구심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은 그랬던 적이 있었는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알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왜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이다지도 순수하게 사랑하는지, 나 역시 알아가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인간 노무현은 그야말로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사람. 나란히 걷고 싶은 그런 사람이다. 그들은 노무현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았고 자신 역시 노무현이 되기도 했다. 


    ‘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


    진정으로 그가 원했던 세상. 실은 가장 단순하고 가장 뻔하리만큼 그토록 우리가 원했던 세상. 그리고 그것을 이루려했던  대통령. 불평등이라는 모든 사회적 관습과 맞서 싸우며, 우리의 눈으로 바라보려 했던 대통령.

    영화는 그런 인간적인 노무현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제시해주고 있었다. 연달아 이어지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터뷰. 그들이 말해주는 인간 노무현을 나타내는 표현은 간접적일 필요도 없었고, 오히려 너무나 직설적이라 마치 어제 일처럼 마음이 아려졌다. 그들의 붉어진 눈시울에는 꼭 그리운 그 분의 얼굴이 담겨져있는 것만 같았고 나 역시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그를 그렸다. 

    실은 나는 영화가 끝나지 않기를 속으로 아주 간절히도 원했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것도 아니며 이건 우리 모두가 아는 이야기고, 그 결말은 바뀌지 않을테니까. 나는 이 영화가 끝을 향해 달려가기를 원치 않았음을, 절대적인 시간을 부여잡고 싶었음을, 영상은 움직이고 계속해서 그 곳의 시간은 흐르는데 난 그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좌절하여 내 무력감에 분노할 때는 꼭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참으로도 많이 웃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내가 웃어도 되나, 그래도 되나. 근데 웃음이 절로 났다. 그것은 감히 말하건데 이 영화의 결말은 더이상 그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제 2의 노무현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애도의 기간’

    떠나갔다고 떠나보낸 것이 아니라, 이제서야 그를 떠나보낼 수 있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거진의 십년 동안 어둠 속 터널에서 자꾸만 뒤 돌아 바라보았다 그 희미한 빛 노무현을.

    그리고 지금 이 터널을 지난 우리는 이제서야 완전히 그를 보낼 수 있고 애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서야 그를 보며 웃음을 내지을 수 있었나보다. 

    정말, 8년이 지난 이제서야.


    계속해서 우리가 구분짓고 있는 두 가지에 대해 잠시만 생각해보려 한다.

    정치인 노무현과 인간 노무현. 정치인 그리고 인간적. 두 가지가 꼭 함께할 수 없다는 듯 상반적인 형태를 이루어나가고 있었다. 흔히 대부분이 생각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면에 더 가깝다. 인간적이기보다 냉소적이고, 서민을 위한 공무원이라는 기본 의미가 무색하리만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서민의 삶 따위는 쉽사리 짓밟으며 다소 게걸스럽기도 한 모습으로까지 상상되어진다. 그렇기에 ‘인간적인 모습’으로 부터 상당히 반하는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파도에 올라탄 노무현 전 대통령. 그가 보여주고자 혹은 바꾸고자 했던 정치인의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이제 다시금 두 번째 파도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 나는 그들의 변화를 향한 거센 파도로 인해 정치인과 인간적인 모습이 대조적이다는 관념을 타파해주길 바란다. 가장 인간적인 정치인.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정치인. 또 다른 노무현으로 가득 메우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휘파람을 불며 사람들 사이를 오고가고 그들에게 ‘노무현입니다’ 라고 악수를 청했던 그의 손을 꼭 한번 잡아드리고 싶었다고, 외로운 그의 품 한번만 안아드리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다.

    '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perfect blue, 곤사토시  (0) 2018.12.08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0) 2018.06.25
    영화 파리로 가는 길  (0) 2017.08.14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0) 2017.08.14
    영화 분노  (1) 2017.04.18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