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색의 미니 지도.쓰다 2016. 4. 4. 01:34
y씨가 맛있는 밥집을 한군데 소개해주었다. 길치인 나를 위해 손바닥만한 종이 한 장을 꺼내 지도를 그려줬다. 문을 나섰다_간단한 미니 지도 한 장 품에 안고- 지도 속 간판들을 거쳐 가게에 도착했다. 미니지도를 옆에 고이 놔두고 추천받은 메뉴를 시킨다. 몇 분 후 음식이 나오고, 젓가락을 들고, 호로록 한입 그득히 먹어본다. 두 입 세입. 배를 채우다가 문득 미니 지도가 눈에 뜨인다. 젓가락을 멈추고 바라보니 이 지도. 무언가 이상해졌다. 분명 y씨가 그려줄 때만 해도 흰색 깔끔한 지도 였는데. 흰 색 미니 지도가 주홍색으로 물들었다. 방금 먹은 국물이 몇방울 튀었나 보구나. 밥집 위치를 적어놓은 지도에, 밥집 내가 난다. 희한하다. 마치 시간을 초월한 지도처럼. 큼직 큼직한 간판 사이 사이로 사라져버린 간판들 처럼. 강충 강충. 이 지도는 또 어디로 가버릴까. 시간의 지장을 찍은 채 접힌 미니 지도는, 호주머니로 직행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활시위를 당기는 이는 나였다 (0) 2016.04.24 육신 (0) 2016.04.04 무한대의 점들이 만든 한 막대기에서는 사실 보이지 않는 무한대의 점들. (0) 2016.04.04 사각이 난 케이스가 걷기 시작한다 (0) 2016.04.04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보낸다. (0) 2016.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