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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첩 정리
    쓰다 2016. 5. 26. 12:21



    내가 사진첩을 정리하게 되는 순간은 두 가지이다.

    1. 정말 심심한데 할 것이 없거나.
    2. 정말 심심한데 마침 용량이 꽉 찼거나.
    3. 정말 심심한데 데이터를 다 썼거나.


    특히나 마지막의 이유로 사진첩을 정리하게 되는 순간이 80%이상을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오늘 오월 이십일일. 다음달을 십일 정도 앞둔, 지금. 

    3번째의 이유로 집을 가는 버스 안에서 사진첩을 정리했다. 별반 정리 랄것도 없는게, 지우기가 아까워 사진을 본 뒤 추억하는 것이 전부이다. 

    오늘도 역시 그런 날이었는데, 항상 그런 날들 이었을 오늘이, 몇몇 사진들이 이유가 되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됐다. 그것이 무엇이냐하면,

     하나는 영화제목을 캡쳐해놓은 사진 때문이었다. 기억난다, 보는 순간 이 영화 너무 재밌겠다며 캡쳐해두었는데. 중요했던 사진은, 현관 문 앞 쌓이는 전단지 마냥 그렇게 서서히 잊혀져간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사진은 은별이가 학교 앞에서 책 읽는 모습을 몰래 찍은 사진이었다. 여유로웠던 그 풍경과 책과 수수한 차림새가 예뻐보여 바로 핸드폰을 들어 찍었는데. 보내주면 좋아하겠지, 하고 찍은 사진 역시 잊혀져버리고 만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이 모든 사진들이다. 온전히 모든 날들에 모든 일들을 기억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쓰고 지나가는 시간에 흔적을 남기는 거겠지.

     나 역시 그러한 이유로 카메라를 들고 순간을 찍었다. 그런데 사진첩을 정리하며 든 생각은, *아 맞아 이랬었지 *이 사진이 있었지 *이거 언제였더라. 

    결국 기록하려고 찍은 사진들은, 정리하지 않으면 그 안에 갇힌채 셔터의 손장난에 지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어느샌가부터 기록하기 위함 보단, 마치 습관처럼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당연스레하는 습관처럼 사진을 찍는다는 것 또한 그렇게 된 것만 같았다. 

    그래서 정리하지 않은 사진들을 사진첩 안에 쌓여가고, 내 기억 또한 그렇게 먼지냄새 풍기며 쌓여갔던 것이다. 

    그리하여 사진첩을 정리하는 일은 진짜 나를 기록하기 위한 일이며, 내일도 데이터에 허덕이는 나는 남은 사진들을 마저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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