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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허상을 믿는다. 눈 앞에 보이는 하나의 세상을 향해 눈을 감으니 보이는 건 열의 세상. 스무개의 세상.허상 속 들려오는 잔잔함은 더이상 허상이 아니게 된다. 작년 나는 아름다운 포장지 속에 역겨운 토사물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당신을 향해 내밀었다. 당신이 보지 못한 그 안에 모든 것은 결국 지금에서야 벗겨낸다. 다시 내손으로. 그리고 가득한 토사물이 반겨준다. 그 해에 포장지는 내 고무장갑이었고, 토사물은 남의 것이었고. 엄지와 검지로 은폐해버리고 싶은 것들. 그 해에 고무장갑을 지금에서야 벗겨내고. 토사물이 왜인지 익숙해져버린 것은 그것이 나의 것이 되어버린 현재이기 때문이다. 덮고 다시 드러내고 덮고 다시 드러내고 누가 볼새라. 내가 볼까 싶어. 해가 뜨는 아침이면 덮어두다 문을 닫아 어두울 때 열의 세상을 꺼내본다. 고요히 들려오는 소리는 서서히 조여온다. 밤의 그림자가 나를 덮듯이. 그림자가 이내 나와 합쳐질 때, 만날 때. 쾌락의 탄성을 내지르는 순간. 남아있는 건 내가 아닌 그림자. 나를 삼켜버린 무의식의 그림자. 포장지를 뜯어내고, 더러워도 더러워도. 단 하루만 한번더. 코가 깨질때까지 머리를 찧으며. 그래 이건 진짜였지. 나는 지금 만지고 있지. 감은 눈으로 보지 않는 것을 보이지 않으니 믿고. 그래 이건 진짜였지, 진짜였지. 이내 온전히 내것으로 남은 토사물에 다시한번 쾅쾅 머리를 찧으며 괴상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하루종일 그림자가 빠져나올 때까지도 그자리에서 나는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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