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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숨을 붙인 채 도마 위에 누운 동태는 퍼덕일 힘도 없이 눈알만 굴리는데
아래 보이는 푸른 물 속 미꾸라지들은 제 세상인냥 유유히 헤엄치는데
동태는 눈만 꿈뻑꿈뻑 감은 눈에서도 제 세상은 무엇이었는가 눈만 꿈뻑꿈뻑
미꾸라지 지느러미에 푸른물결 스치듯 동태의 눈알로 톡독.
오랜만에 맛보는 푸른 세상에 동태는 남은 힘을 쥐어짜며 퍼덕퍼덕
딱딱한 나무 위 퍼덕퍼덕 저물결에 담구고 싶어 마른 몸을 비틀으며 퍼덕퍼덕
동태의 움직임에 우리네들 실하다고 퍼덕이는 동태를 한번 쾅. 두번 쾅. 맛있겠다고 다시 쾅. 갈라지는 배를 보며 쾅.
흐르는 침은 동태의 눈알로 톡독. 꿈뻑이던 눈알은 두어번 그렇게 두어번.
감은 눈에 보이는 세상, 내가 꿈꾸던 세상은 무엇이었느냐고
비릿한 침냄새 따라 감은 눈과 함께, 내가 꿈꾸던 세상은 무엇이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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