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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읽다 2017. 9. 18. 18:17
p27
나는 언니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마치 비가 내 것이라도 되는 양 자랑했다. 보슬보슬한 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데도 잎사귀와 흙과 공기가
비를 맞는 토독토독 희미한 소리가 기분 좋게 귀를 적셨다.
p53
나 자신이 정말 밤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p59
모든 일이 그렇다.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는 잘 모르는 채 지나가고 만다.
p75
밤인 탓이다. 밤은 낮과는 전혀 다르다.
p107
마치 그 방만 진공 산태인 것 처럼 고요했다.
p121
얼마 전까지 이 집의 일부였던 소요 언니.
p147
해거름이 되면 대개는 누군가가 동네를 산책하러 나간다. 받은 연하장의 답장을 우체톡에 넣기 위해서다.
p152
하지만 우리는 '놀이'를 좋아하니까, 대부분의 일을 '놀이'라 여기기로 한다. 예를들어, 각자 책을 읽는 경우에도
처음부터 "독서놀이하자" 하고 읽기 시작하면 다 같이 노는 느낌이 든다.
p159
공기가 미묘하게 뒤틀릴 것 같아 싫었다. 지금 이대로, 완벽한 이대로가 좋았다.
p174
엄마는 손수건을 다려 옆에다 차곡차곡 쌓는다. 그렇게 자기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p214
"우리가 헤어질 때가 되면 알 수 있을까"
다른 뜻 없이 그저 말했는데, 말하는 순간 그 말의 구체성에 놀랐다.
p240
기분이 이상했다. 소용 언니의 표정이 아직도 형부를 좋아하는 것 같아 보여서.
+후기
타인의 집 안을 들여다보면 재미납니다.
그 독자성, 그 폐쇄성.
그 사람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룰, 그 사람들만의 진실. 소설의 소재로 '가족'이란 복잡기괴한 숲만큼이나 매력적입니다.
그런 연유로, 이렇게 색다른 가족 얘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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