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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히데오
    읽다 2018. 8. 7. 03:16


    근 두 달 만에 읽는 책인데 반성합니다...

    한 달에 한 권 이상은 꼭 읽어야지!

    오쿠다 히데오는 남쪽으로 튀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정말정말 재밌어서 1,2편을 후딱 봤던 기억이 난다.

    사회적인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재밌게 풀어내는 작가였던 것 같다..(가물가물)

    집에 언니가 사놓은 책을 하나씩 다 읽는 편인데 이 책의 작가가 오쿠다히데오길래 믿읽작(믿고읽는작가)했습니닷!



    스릴러라고 해야할까? 서스펜스!?

    책 제목에 나오는 나오미와 가나코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풀어진다.


    가나코의 남편은 가정폭력범이다. 밖에서는 착하고 성실히하는 아들, 오빠, 동료, 사원.

    하지만 집에 들어오면 180도 변한다. 매일매일 가나코에게 폭력을 일삼지만, 

    가나코는 이처럼 피해 앞에서 지극히 수동적이다. 친구인 나오미가 몇차례 손을 내밀었지만 

    소극적인 태도로 이를 거절한다. 가나코 역시도 남편이 더이상 때리지 않는다는 말을 믿는 것은 아니였을테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면 그녀는 주체된 존재라기보단, 누군가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벗어나면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치 나오미의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아무 것도 못하고 살았던 것처럼.




     나오미는 가나코를 꺼내주기 위해, 그의 남편을 살해할 방법을 강구한다.

    어떻게보면 자신의 일도 아닌 일에 아무리 친한친구여도 살인에 공범이 되어주는 것에 의문점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오미는 무언가에 이끌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의리있는 성격때문일 수도 있고

    지나치리만큼 쳇바퀴굴러가듯 평범한 일상에 색다른 일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버지의 폭력에도 저항없이 살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하튼 나오미는 적극적으로 플랜을 짜며 가나코를 설득한다.


    책에선 주로

    가나코의 태도의 변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었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그녀는 나오미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존재였지만,

    가나코의 남편을 죽이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며 가나코는 더이상 도망가는 존재가 아니였다.

     나오미가 생각치 못한 부분을 꼬집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다쓰로를 위해 밥을 준비하고, 그의 출근을 위해 옷을 골라주고, 집안일을 하며 그의 퇴근을 기다리는

    '다쓰로의 아내'라는 알에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시나리오였다.

     둘의 허술한 플랜이 왜이렇게 잘 성사되나했다. 후반부에는 

    허술한 트릭들이 하나 둘 밝혀지며, 얼마나 자신들의 플랜이 우스웠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그들의 상황을 피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나오미의 당당하고 주체적인 삶이 그려졌다면

    살인 후에는 가나코의 시점으로 그려지며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이상하리만큼 자신있고 당당해지는 것을 느낀다.

    다쓰로의 족쇄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고 있음을 그녀도 느꼈을 것이다.

    '힘내라 힘내'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면서.



    보면서 긴장되기도 무척이나 긴장됐지만 묘하게 뻔뻔하고 당당한 나오미와 가나코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었다. 그들이 아케미에게 느꼈던 감정과 아마 같을 것이다.

    수동적인 존재의 가나코가 남편을 없애고 자신 그자체가 되었듯이,

    '이 세상에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생각하는 사람 쪽이 더 많은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자신 역시 어느샌가 

    꿈을 잊고 주어진 일에 수동적으로 살았던 나오미가 모든 것을 버렸듯이,

    책이 내게 해주었던 말은 나 자체로써의 주체적 삶이었다.

    한창 잘나가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았을때 그게 그렇게 자랑거리같기도 했다.

    그래서 아 나 그사람이랑 아는데. 하며 서두를 던지고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건 누군가로부터 묶여진 나였다.

    나라는 사람 자체로 인정받고 싶은 것.

    그건 곧 내가 내 자신이 되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결부되어 있는 끈을 풀어내고, 그들처럼 저항해나아가기.


    다른 곳으로 도망가버린 그들의 행동은 결코 회피한다고 보여지진 않았다.

    그들의 도망은 가장 통쾌하고 멋진 저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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