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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어 / 요시다 슈이치읽다 2018. 11. 9. 08:09
프랑스에 와서도 책이 너무 읽고 싶어져서.. 프랑스 한국문화원에 종종 간다
벌써 3권의 책을 읽고 다시 4권을 시작하고 있다. (3권의 책은 미술사 책이라서 독후감은 생략합니다...)
4권의 책은 소설 두 개를 빌렸다. 워낙 작은 도서관이라서 선택하면서 빌리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손에 닿는대로 읽을 생각이다
일본 작가인데 이름이 낯익어서 집어들었다. 실제로 꽤나 유명하신 분 같은데, 술술 읽혀서 이틀만에 다 읽었다
이야기는 -열대어 -그린피스 -돌풍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고. 다 읽고나서 후기를 찾아보니 대체로 돌풍을 재밌게 본 듯 하다.
나는 음음 음.. 솔직히 못 고르겠네 다 좋았어서... 가끔 이런 음침하고 쓸쓸하고 다소 난해한 일본 문학이 나와 잘맞을 때
일본에 안태어난 걸 다시한번 감사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태어나기까지 했어봐 내가 얼마나 음침해졌겠어 한국에서 태어난걸로 감사하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열대어
-그린피스
-돌풍
-끄읏
처음 읽었을 땐 솔직히 작가 이놈 뭐지 싶었다. 열대어에서는 로리콘 아저씨, 그린피스에서는 남자친구 절친이랑 자는 여자, 돌풍에서는 다 꼬셔놓고 버린 남자놈
왠지 정상적인 내용은 아닌 것 같아서 읽다가 작가 얼굴 보다가를 반복했다. 어쩐지 웃는것도 수상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왜인지 그들에게 모두 정이 갔다. 그래서 세 에피소드 모두 아픈 손가락같고 그랬다 (내가 작가도 아닌데 왜..)
이유를 몰랐는데 작가의 후기를 읽고보니 쓸쓸함의 원형. 감정의 본질. 나는 글을 읽으며 이러한 것들을 투영하였구나, 그래서 내가 왜 저런놈들한테 정을 느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열대어의 다이스케는 정말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끊임없이 주변사람들에게 나누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마치 어항 속에 열대어를 키우는 것 처럼
그렇지만 누구에게도 다정하다는것은 아무한테도 다정하지 않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란건. 다이스케의 일방적인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구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나는 어떤 다정함의 종류를 나누었나 생각해보게도 한다. 실은 어항 속 열대어에게 밥을 주지만, 어항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엄연히 밖에서
그것을 관조할 뿐이다. 나는 그런 종류의 다정함을 나누는 것 같다. 까마귀는 그가 피다른 동생한테 주고 싶었던 선물이다. 도망가고야 말았지만, 잡으려고 필사적이었던
그의 모습이 가엽기도 하다. 아 하지만 우리도 무엇인가에 필사적일때 그 모습은 가여우면서도 아름답다. 내 까마귀야 나의곁에 있어줘..
그린피스는 피스가 아니라 콩이었다. 놀랄 노.. 그리고 이 사람은 참 이미지화를 잘한다. 콩으로 여자친구를 때리는 장면은 보지 않아도 보일 정도로 잘 묘사돼있다.
(헐 방금 안건데 2017년에 본 영화 중 최고를 꼽으라면 매번 분노를 얘기했었는데, 이 원작이 이 사람꺼였구나...책 읽어봐야지)
참 이해안되는 커플인데 그래서 재밌었다. 아마 이런 연애는 죽어도 못 해볼거다 (젊은이들의 요즘 연애를 그린거라고 하지만..누가 요즘 이렇게 연애하죠)
어떤 남자가 그린피스로 여자를 때리고 여자가 화가나서 남자 친구들과 모두 자려고 하려는가, 아무튼 사랑도 하고 연애도 하고 어느순간엔 집착도 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순간을 아주아주 무신경하게 보낸다. 감정이 메말라버린 사람들 같기도 하고. 아무튼 용서하지 않는다는 건 정말 어떻게 하는걸까?
용서하지 않는다는건 평생 기억한다는 의미아닐까? 기억한다는건 결국 자신을 파멸시키지 않을까? 헤어질 수 없다면 용서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용서하는게 잊는거라면. 그 사람을 계속 보게되면 잊혀지지가 않는다. 고로 용서가 안되고, 용서가 안되면 헤어지게 된다. 그니까 용서받을 짓을 애초에 하지말자.
돌풍은 제일 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다 꼬셔놓고 저런다. 부인이 애정을 기대할만한 내 행동이 무엇이 있는가?
그런 사소함에도 기대한거라면 너무 가엾지 않은가. 졸지에 연민의 감정까지 가져버려 사람 더 비참하게 만든다. 도망가자 해놓고, 그 손을 먼저 놔버리는 닛타
그렇게 안정스럽기를 원했으면서도 누군가가 자신에게 기대자, 이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뭐든 양면 속에서 존재하는것일지도,
부인과 닛타는 다시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무언가 결여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런 채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다 읽고나서도 마음이 묵직하게 돌하나가 얹은 느낌이 드는거다. 연민의 감정을 제일 싫어하는데, 책 속에 이들한테 왜 자꾸 이런 감정이 드는지
아니 그들은 가상이니까 나는 저기 세 에피소드에 모두 나를 자가복제한거야 아마. 그니까 자기연민이라고 수정하자. 어줍잖은 감정으로 남을 동정할바엔
무신경한게 낫지. 나는 내가 너무 안타까운거야. 언젠가는 버림받고 기다렸을. 혹은 상처받기 두려워 도망쳤을 내가, 모두에게 애정을 갈구하면서도 내 방에 큰 담을
두른채 아무도 들여보낼 수 없었던 모든 것이 쓸쓸해져서 그래서 나는 마음이 많이 많이 무거웠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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