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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다 2018. 10. 1. 09:41


    울적하다 폰도 고장나고.

    토요일에는 점심약속으로 지흔언니와 상아와 한식당에 다녀왔다

    깐풍기를 식전으로 시작하여, 등심 일인분, 삼겹살 이인분을 굽고, 잡채를 먹었으며 맥주를 함께하였다. 

    입가심으로 녹차와 팥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러고보면 환경은 사람을 바꾼다고. 내가 녹차아이스크림도 먹었다니) 

    지흔언니와 제대로 대화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가장 나에게 인상깊었던 부분을 남기고자 한다

    언니는 여기서 1년 정도 대학을 다닌 뒤 그만뒀고 이주 후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언니가 프랑스 생활은 어떠냐는 질문을 했기에 솔직히 적응이 잘되지 않는다고, 그렇지만 돌아가기에는 나를 실패자라고 생각할까봐

    그게 무섭다고 대답했다. 언니는 이에 공감했다. 언니도 일년 반 정도의 시간을 프랑스에서 보내면서 불어가 완벽하다고 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대학교 마스터 학위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어떻게 보면 이룬 것 없이 돌아가는 소위 실패한 유학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언니는 그것들이 자신을 재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경쟁사회에 치여 결과를 무조건적으로

    이뤄내야만 하는 곳에서 벗어나 프랑스에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이미지들을 느끼고 경험하며

    언니만의 세상을 보는 시야가 생겨나고 넓어졌으니. 저것들보다 더한것을 얻었다고. 눈에 보이는 것들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였다

    내 당장의 앞에 있는 취업을 위해서 도움은 충분히 될 것이지만, 그것이 내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멀리있는 나라는 사람의 

    전체 인생을 보았을 때는 지금 학위, 언어실력 보다도 내가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나를 새로 거듭나게 해줄 것이다.

    한국에 돌아갈 때 과연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다면 무조건 실패한 인생일까?

    분명한건 그것이 내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언니가 자주 가는 카페에 갔다. 그곳의 사장님에 대한 얘기를 좀 전에 들었다.

    겨우 배타는 돈만 가지고 프랑스에 와 무일푼으로 시작했고 지금의 그는 자신의 별거 아닌 도움이 누군가에게 

    큰 기쁨이 될 수 있다는게 행복하다며 베푸는 삶에 계신다.

    그가 스페인에 계실것이라는 언니의 말에 아쉬워했으나, 카페에 계셔서 너무너무 반가웠다.

    살면서 여러사람을 보지만 진짜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진짜 그자체였다.

    우리를 위해 천천히 대화해주시고, 아까 너무 많이 먹어 배부르다는 나에게 그래? 그럼 앞을 잠깐 걷자며

    나를 데리고 생마르뗑의 길을 따라 쭉 걸어주셨다. 그와 천천히 걸으며 조언을 구하고. 

    그 순간을 꼭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나의 말에 포즈를 취해주셨다

    카페에서는 그가 여행하며 모은 수집품들이 다양하였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그림이 참 맘에 들었다.

    여러인종이 다양하게 사는 프랑스. 난민으로 프랑스에 오셨던, 그 분의 카페 분위기와 너무도 잘 어울렸던 회화.

    앉아서 마신 따뜻한 차가 너무 좋았다. 차를 마시며 듣는 노래가 좋아 흥얼거리니 이 노래를 마음에 들어하는구나 하시며

    스피커를 우리쪽으로 기울어주셨던 세심함도 좋았다. 여러모로 따뜻하고 내가 무언가 하나 더 알아가고 성장해갔던 날.

    여러 날들이 모여 내가 되어가겠지. 오늘 또 한 번 어두운 길을 따라 불 하나가 들어온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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