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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다 2019. 1. 29. 04:41


    당신은 마음이 어지럽게 흩어진 날에 무얼하나요?


    나는 꼭 그런 날에 귀이개가 생각나요. 엄마는 내 유학짐을 바리바리 싸주는 날에도 잊지않고 귀이개를 두 개나 챙겨주셨죠.

    어릴적부터 응석받이 막내라서 그런지, 꼭 언니 무릎을 베고는 귀를 파달라고 어리광을 부렸기도 하였고 

    그러면 언니는 무심한 손길로 귀를 파주었는데 

    저 깊은 동굴로 가는 경계에 선이라도 그어져있는지 언니는 무심하면서도 꽤나 다정한 손길로 아프지 않게 어루만져줬어요.

    어느샌간 머리가 훌쩍 커버리면서 그 마저도 낯간지러워졌긴 했지만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 누군가를 위해 귀를 파주는 일은 왠만큼의 사랑과 배려로 다져진 행위구나 느껴요.

    귀 파는 행위에 사랑까지 논하는 고찰이라니 우습기도 하네요.

    오늘같은 날엔 귀이개 하나 들고 오직 신경이 저 작은 귀에만 집중해서 보이지 않는 사투를 벌이곤 하는데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이 행위에 야속해지기도 하고. 왜 귀는 열 개가 아니고 두 개 뿐인걸까 조물주의 원망도 해보고

    귀가 열개라면 그건 조금 괴상하기도 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내가 퍽 집중하는 순간이 이렇게나 찰나로 지나간다는건 

    역시나 아쉬운 일임은 분명해요. 내 흩어진 마음도 이렇게나 깔끔히 사라지면 좋으련만. 애매모호하고 불분명한 이야기들은 어디로 

    돌아가야할지 모른채 이리저리 서성이는 것만 같아요. 읽다 만 수 많은 책들처럼, 책갈피라는 벽에 서서 주인공들은 마라톤을 멈추고

    하염없이 그 것을 쳐다보는 그런 기분이요. 벽을 허무는 일 또한 나의 일임을 알지만, 나는 왠지 그것을 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네요.

    어쩐지 책임감이 부여되는 일에 망설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그에 따라오는 상처에 아직은 내성이 생기지 못한 까닭도 있겠지요.

    이야기를 어떻게 끝내야할 지 몰라서 애꿎게 요즘 읽고 있는 책을 꺼내들었어요. 이 책은 이야기를 어떻게 끝맺었더라 하고.

    모든 일의 끝이 이렇게 분명치 않은건 어쩌면 내 성격인가봅니다. 무얼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애당초 메시지를 주는 대단한 사명도 아닐 뿐더러 

    느끼는 감정에 형태를 조금 잡아보자면 어느정도의 멜랑꼴리라고 볼 수도 있을거에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사람들은 이런 날에 무슨 행위를 할까 호기심보단 애정어린 궁금증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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