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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다 2018. 6. 27. 00:55


    정체기 혹은 권태기의 시기가 나에게 반년에 한번 씩 찾아오는 듯 하다. 

    엄청나게 무기력해지며 우울해지고 나에게 정해진 무언가의 일을 다 미루어버리는 습관도 포함된다.

    또한 관계가 뒤틀릴 것을 예감하지만 당장은 모든 걸 내려놓고 회피해버리고 싶은 습성까지도.

    그리고 이내 미루어진 일들과 깨져버린 관계가 한꺼번에 파도처럼 몰아쳐버리면 죄책감과 더불어 내 스스로가

    못견디게 한심해져버리는 단계에 이른다. 이 단계에서 다시금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며 뭬비우스의 띠처럼

    정체기의 고리가 끝없이 반복된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정체기보다도 퇴화에 접어든다고 볼 수도 있겠다. 나는 그 곳에 멈춰있는게 아니라

    오히려 깎이고 깎여 결국 나 자체마저도 잃어버릴 것 같은 소멸단계에 접어들지도 모른다고 또한 생각했다. 

    불행한 고리 속에서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나는 닳아없어질지언정 이게 제일 나답기도 하다. 

    내 천성을 거스를 생각은 없다. 항상 행복은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해왔으니 잠시 왔던 행복도 결국 내 것이 아니였을 뿐이다.

    너무 오래 머물다가버려서 그게 꼭 내 것인양 착각하고 말았다. 빼앗겼다고 표현할 뻔 했다. 빼앗긴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행복은 내 것이 아니였다. 그러니 나는 담담히도 이 모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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