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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쾌락주의 윤숙이의 배영 자유영 접영 하는 이야기
    쓰다 2019. 5. 7. 09:36

    언니가 생일이라서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언니는 내게 막내치고 그렇게 애지중지 어화둥둥 키운 같진 않지만 그래도 하고싶은거 다하면서 사는것같다고 그게 부럽다고 했다 

    그러고보면 초등학교땐 달리기가 재밌어서 

    이 년간 체육을 했다.( 잘한다고 해서 재밌어진건지, 재밌어서 하다보니 잘한걸 발견한건지 인과관계는 불분명하지만) 학교 대표로 나갔는데( 생각하건데 아마도 이십육년 인생 가장 책임감을 부여받았던 일이 아닌가 싶다) 시작을 울리는 총소리와 신발이 바닥에 박히는 조급한 소리들, 바통을 이어받는 찰나의 순간을 떠올릴때면 아직도 가슴이 쿵쾅쿵쾅하고 뛴다.

    중학교땐 갑자기 가수가 하고싶다고 삼년간 음악학원을 다녔다.매일같이 학원 연습실에 가서 악보 따고, 녹음하고 반복 반복.

    돌이켜보자면  방에서 들리는 친구들의 노랫소리에 풀이 죽은 날이 많았던 같다처음 레슨곡으로 부르고 싶냐 하셨던 선생님께, 들고 갔던박기영의 시작이라는 악보. 노래는 마음을 간질인다. 친구들은 가수 되면 잊지말라며 편지를 써주었다.

    가수는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너희를 잊진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다가 고등학교때는 공부하는게 재밌었다 (믿기지 않는 )

    특히 법과사회를 푸는걸 좋아했고, 짝꿍이랑 이어폰 노나끼고 음악들으며 수학문제 푸는게 재밌었다. 영어는 지지리 못해서 지문을 통째로 외워버리고 심심하면 계속 써내려갔다(암기력은 나름 자신있었거든!) 그땐 2-3등급 애들끼리 모여 만들어서 새벽같이 일어나서 7시 20분까지 학교에 영어를 주구장창 들었다.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같이 등교했던 친구가 생각난다. 무뚝뚝한 애였는데 생각해보면 성인이 이후로 한번도 연락해본 적이 없는데 가끔씩 애가 생각난다. 혹은 날들의 아침 공기가 기억나는지도 모르겠다. 수능날 영어듣기를 맞추고 말테야! 했던 다짐들도.( 수능날 영어듣기를 다맞고, 나머지 문제를 풀다 자버렸다는건 익히 소문난 이야기..)

     

    스무살에는 언니와 유럽여행을 떠났다. 학교를 삼주동안 빠졌는데 교수님은 학생은 도대체 안나오냐고 물었다고 한다. 교수님 저는 유럽에서 언니랑 오지게 싸우고 있어요! 세상 밖에 눈을 떠버린 스무살의 작은 윤숙이었다. 우물을 벗어나려고 헤엄치고 있었던 작은 윤숙이었다 때를 기점으로 이십대 초반은 여행의 연속이었다. 알바하고 떠나고 알바하고 떠나고. 혼자하는 여행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졸업을 앞두고, 남들 하는 인턴도 도저히 못하겠고, 어줍잖은 실력으로 멀리있는 세계를 동경했다. 막연하게 상상으로 이뤄지는(지는것만같은) 예술이라는게 멋있었다. 그래서 다시 알바순이로 년간 돈도 모으고 유학준비를 했다. 바느질을 하면 한땀한땀 간극은 짧아도 시간은 오래 걸려고 어느새 촘촘히 이어지듯, 어줍잖았던 실력들도 한땀한땀 이으니 참새똥만큼 나아가긴 하더라.(참새똥을 본 적은 물론 없다) 그러고보면 우물 안에 사는 개구리여서 다행인것은 세상에 이렇게 잘하는사람이 많은지 몰라서 무모한 용기로 프랑스로 뛰어왔다는 것이다! 이미 나와버린 개굴 윤숙은 다시 돌아가려니 우물이 닫혀버리는 광경을 본다. 불가피한것처럼 적었지만 사실 지금 이게 가장 재밌다. 그래서 하고 있다.

     

    나는 완벽하게 재미주의자이자 쾌락주의자이다. 그러니 재미없으면  떠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면 하고싶어 했던 어떤 것들을 하면서도 완전하게 즐긴적은 없었으니까, 지금 곳에서 완전히 무언가를 즐긴다는것은 가장 축복임을 알기에. 그러니 우물 성장기를 기대기대하시라.응원도 해주시면 감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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