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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 그 모호한 무의식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우리나라 지도 점과 느린 달팽이
    쓰다 2019. 3. 25. 09:04

    근 사흘정도 피곤에 절어있다. 며칠 째 악몽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꿈에서도 꿈인 것을 자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엔 그것이 어렵다.

    영계, 영혼, 죽음과 관련된 책을 읽어서 그런걸까? 확실히 어릴 적부터 죽음에 관심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미약하게나마 가까이로 갈 수 있었던거니까/ 죽지 않았음에 감사하지만 그 이후로 꼬리표처럼 - 내 스스로 붙여주었던- 언제나 죽음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 그리 멀지 않은 것이라며 조여오기도 혹은 자위하기도 했다. 어느 한켠엔 나는 과반 수 이상의 확률로 타살로 인해

    죽음을 얻지 않을거라 추측한다. 이 생각은 별안간 내 왼팔 윗 부분에 이제는 거의 보이지도 않는 흰 점 때문일테다. 

    그건 우리나라 지도를 쏙 빼 닮아서 엄마랑 할머니는 내가 장차 큰 사람이 될 거라고 부둥부둥해주셨다. 그런 미신 같지도 않은 미신을 

    여태 믿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큰 사람이 타살을 면하는 사람이라는 정의로 다소 변질되었긴 했지만. 

    꿈 이야기의 갈래로 다시 돌아가보자. 지금 진하게 하품이 몰려오니 얼른 주제로 넘어가야겠다. 오늘 , 도망가는 꿈을 꾸었는데

    아! 나는 꿈을 굉장히 자주 선명히도 꾸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 첫사랑은 내 꿈이야기가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다. 

    현실도 아닌 쓸모 없는 이야기 아니냐고 했었지. 너무 좋아해서 였을까 정말 그 말에 동의해서 였을까? 아침에 눈을 뜨면 

    그에게 더이상 꿈 이야기를 말하지 못하고 끙끙대며 상처로 고스란히 묻어둔 기억이 있다. 그 질문에 대해선 아직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다.

    현실이 아닌 이야기는 쓸모없을까? 아니면 남의 꿈 이야기는 쓸모 없다는 의미였을까? 뭐 어느쪽이든 그가 날 그다지도 좋아하지 않은 것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오늘 꾼 꿈은! 일단 3명의 남자에게 졸업이라고 과자를 선물받았다. 그래서 좋았지만 졸지에 헤픈 여자가 되었다 -꿈에서도

    하이퍼리얼리즘이라니- 그 이후로 나는 창녀가 되었다. 이건 아마도 그 전날 밤 봤던 프랑스 드라마에서 창남과 이루어지는 사랑 이야기 탓이 크다.

    그래서 계속 도망 다니다가 학교에 놓고온 과자를 가지러갔다. 꿈에서도 뛰어다니니 다리 아프지, 신경 쓰여 머리 아프지, 사흘 째 내 수면 분석 결과도 

    좋지 않고 일곱시간의 넉넉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체력을 숫자로 적는다면 5~10을 오고간다 -100까지로 한계치를 가정했을 때-

    갑자기 중 일 때 그린 달팽이 그림이 생각난다. 에이 쓰리 크기의 엄청 큰 달팽이. 무엇이 주제였는진 모르겠지만,

    달팽이의 색을 해체하고 분리하여 채워넣었다. 아마 그 나이에 제법 잘 그렸던 그림이라 기억 되는지 어느새 미화 되며, 지금은 우주 최강 달팽이가 되버린 것만

    같다. 그 그림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어디의 거름이 되었으려나? 또 다른 달팽이를 만들러 갔으려나?

    오늘은 꿈에 대형 달팽이가 나와 나를 괴롭히면 어쩌지. 그래도 달팽이는 느리니까 도망가기는 훨씬 수월할 것이다. 내 우주 최강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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