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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로 읽게 된 책이다.
작가는 2018년 신춘 문예로 등단했다고 한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는데, 이 책을 기점으로 더 읽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비행기에서 살짝 눈물을 훔쳤다.
할머니는 자신의 죽음의 날짜를 정해놓고, 스스로 안락사를 하기로 결심하셨고 가족에게 통보했다.
태어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지만, 죽음은 자신이 직접 선택하겠다는 뜻이다.
<안락사(euthanasia)는 그리스 단어인 eu(good, well)와 thanatos(death)에서 유래하였다. 'eu(good, well)'와 'thanasia(death)'의 합성어로, 아름답고 존엄한 죽음 또는 행복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의미하며 그리스어로는 '쉬운 죽음'을 가리킨다. 즉, 안락사는 'good death(좋은 죽음)'란 뜻인데, 환자가 고통 없이 편안하게 죽음을 맞는 것을 의미한다.>
<안락은 괴로움이 없이 매우 편안하고 즐거움. 몸에 질병이나 위험이 없어 편안하고, 마음에 근심 걱정과 번뇌(煩惱)가 없어 즐거운 것을 말한다>
할머니의 선언에 혼란스러운 가운데, 책의 제목은 참 평온하게도 '안락'이다.
갑작스러운 죽음말고, 아프게 병들어가는 소멸되는 죽음 말고, 한순간에 내가 원하는 날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편안히 맞이하는 죽음.
내 가족이 이런 선택을 한다면, 개인의 삶을 결정짓는 그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그러지 않길 바라는 것도 이기적인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좀 더 합법화된 자살? 생명을 끊어내는 일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끊임없는 논쟁이 일어날만한 주제다.
죽음에 관한 책을 꽤나 읽었다. 타나토노트에서 그려진 죽음은 꽤나 재밌게 그려지기도 한다. 그럴땐 죽음은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조금 유머러스하게도. 그리고 내가 죽음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질때면 붓다의 말씀을 꼭 한번 읽어본다.
그만 하여라, 아난다여
슬퍼하지 말라, 탄식하지 말라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모든 것과는
헤어지기 마련이고
없어지고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그처럼 말하지 않았던가
그만 하여라, 아난다여
슬퍼하지 말라, 탄식하지 말라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모든 것과는
헤어지기 마련이고
없어지고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그처럼 말하지 않았던가
그대들은 자신을 섬으로 삼고
자신을 의지하여 머물고
남을 의지하여 머물지 말라
진리를 섬으로 살고 진리에 의지하여 머물고
다른 것에 의지하여 머물지 말라
죽음에 연연하지 말라는 말 처럼 들린다. 그저 삶의 일부이고 모두 당연한 순리일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할머니가 안락사를 선택하고, 가족과 마지막으로 담근 자두주를 마시며. 모두 고맙다고 말하며 떠났던 날. 할머니는 죽음을 이런 마음으로
받아들이셨지 않을까 생각한다. 존엄한 죽음. 인간의 선택. 아직 우리에겐 낯설기만 하지만, 언젠가는 꼭 도래할 미래일 것이다.
삶을 사는 우리에게 죽음은 언젠가 도달할 미래이듯이.
(인용문)
어째서 그렇게 정해져 있는 것일까. 이삭은 생각하면 할수록 서글펐다. 그리하여 이삭은 그날부터 남몰래, 그때까지 당연하게 믿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의심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엄마에게 받기만 했다고, 엄마는 누구도 줄 수 없는 것을 자신에게 주었다고 말이다. 그런가 하면 어째서 자신은 두유에게 해준 일을 엄마에게는 해드릴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고백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러고 보면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히 쉽고 편해지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다.
시험을 보이는 할머니의 움직임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천천히 어루어지는 지 언젠가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나무늘보의 움직임이 떠오를 지경이었다.
그 삶을 스스로 종결짓는 것에 타인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할머니가 맞이하는 죽임이란 이렇게 고통도 기억도 일순간에 지워지는 과정인 것일까. 그럼 그다음은 어떤게 기다리고 있을까
담금주는 숙성시켜서 먹어야 진가가 드러난다는 것이었다. "다 제때가 있는거지. 사람이고 술이고 간에. 그런 이치야"
그리하여 주인공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맺음말을 붙잡고 잠을 청하던 어린 시절처럼, 이 소설을 읽고 듣는 이들의 마음 속에 이금래 할머니의 편안한 마지막 미소가 오래도록 남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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