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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게 뻗은 빛의 스펙트럼은 나의 모든 것을 비춰오고쓰다 2015. 9. 11. 22:31
곧게 뻗은 빛의 스펙트럼은 나의 모든 것을 비춰오고 나는 사라져가는 빛의 아지랑이를 나의 것들로 잡아본다.
이내 놓친다. 다시 잡는다.
지금 이 시간엔 있음과 없음만이 무한 반복한다. 끄끝내 없음에 결론에 도달한 나는 까슬한 잔디밭에 폭-하고 누워버리었다. 어젯밤의 일이 주마등처럼 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차창너머로 영훈이의 앙칼진 목소리와 곧이어 들려오던 수진이의 흐느낌. 문고리를 만지작거리다 만지작거리다 몇 분을 몇 십분을 어디인지도 모르는 그곳에서 그렇게 헤맸다. 빗 속에서 갈피를 잃은 채. 그렇게 판도라의 상자를 착실히 눌러 담았다. 사라지지 않게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빛의 스펙트럼은 서서히 나를 지나쳐간다.
아, 나는 오늘 그의 허브냄새가 그리워졌다.
오후 9시 39분. 2015년 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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