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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태되다
    쓰다 2016. 10. 13. 03:39

    거꾸로 가는 시계가 없어 나는 내 세계를 멈추고 뒷걸음질 쳤다. 

    멈춰진 두시에는 여러 방의 문들을 들락날락. 방들은 닫힌지 오래인데 겨우내 두들겨 들어가, 안락의자에 앉아 이천십삼년 그 언저리 흑백들을 뒤적여본다.

    이 방 안 익숙히도 풍기는 그 향에 온 몸은 나른해지고 몇시인지도, 몇분인지도 알지 못한 채 취해 버리고 만다. 

    미련을 떨치지 못하며 겨우 나온 방에서/밖에/지금이곳은/ 시계와 사람과, 세상의 시계들과 나 이외의 모든 이들/ 이 모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더라. 나는 이렇게나 뒤돌아왔는데 너무 멀어보이는 저 너머, 그 너머, 보이지 않는 너머의 너머. 

    더이상 따라가길 포기하고 다시 닫혀진 방 어느 하나로 기어가 앉락의자에 매달리듯 숨을 내고르곤, 가벼운 미소만을 띄운다.

    멈춰진 두시를 뒤로하고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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