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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3일째에 접어들며
연말,12월 31일
편지정리를 했다
실은 연말이라는 이유는 내게 큰 이유가 되진 못했다. 단지 그 단어가 좀 더 무난하며 납득가는 이유일 것 같아 적어보았다. 두 상자 정도에 겹겹이 쌓인 편지를
방바닥에 우수수 덜어내곤 가장 큰 편지부터 줏어 담았다. 왜인지 지금 연락이 두절된 친구들의 편지는 읽기가 낯설어 한 줄 읽곤 넣어버렸다
몇개의 편지들은 봉투만 봐도 가슴이 설레고 메어져 방한구석에 따로 놔두고 가벼운 쪽지들은 읽으며 실실 웃다 다시 모아진 편지들을 모아
침대에 몸을 뉘이곤 하나씩 하나씩 읽어보았다. 다음 문장이 다음 단어가 히읗을 쓰는 특유의 필기체가 무엇인지도 알정도로 닳도록 읽은 편지였지만
처음보는 낯설음과 새로움이 그리고 묘한 떨림이 다시 한번 스며오길 바라며 천천히 한자한자 눈에 담았으며 그의 문장을 완전히 흡수해야만 다시금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종이 속에 들여다본 세상에서 우리는 파편의 조각들로, 끄끝내 등을 맞대여야 했다. 종이를 들여다보는 나의 세상에서 역시 우리는 나뉘어진 조각들에 불과했지만,
사라진 너의 조각없이 내 세상은 단한번도 완전해진 적이 없었다.
나의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의 조각,
왜 마지막 편지를 연필로 적어 나를 미련하게 만드는지.
행여 연필가루가 사라질새라, 점점 흐릿해져가는 네 문장이 못내 아쉬워 한번 열어보기도 조심스러워지는 일년 뒤에야 이 연말에 다시금 너와의 겨울을 생각하며
펼치는 마지막 조각을, 너는 왜 연필로 적어 나를 미련하게만 만드는지.
마지막 문장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닫혀지는 이 편지는 또 다음의 겨울을 기다리며 상자속에 꼭꼭 갇히겠지만
단한번도 잊은 적 없는 이 문장들은 너의 조각을 대체하여 나의 세상을 다독여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