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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디 유명하신 감독이니까 아예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내 취향이 아님에는 분명했습니다. 그 작년 가짜에 사로잡힌 여름엔 1부를 보고 깊은 숙면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일어나 '나는 그의 영화를 보았습니다'라는 감성적인 문장 하나를 남겼습니다 완벽하게 뭔가 좀 아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그 문장 뒷면에는 작은 다짐도 새겼습니다. 다시는 그의 영화를 보지 않을테야. 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방금 그의 영화를 보고 막 나오는 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벌써 열댓줄이 되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좋았나봅니다. 일년 전이나 참 지루하리만큼 평온합니다. 근데 그게 왜인지 지금은 참 좋았습니다. 이유는 역시나 그랬듯 진실 건너편으로 숨기겠습니다. 아직도 나는 그녀만큼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공기가 춥고 손이 시렵습니다. 꼭 담배를 피던 손이 빨갛게 얼었던 그녀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벤치에 앉아 이 이야기를 끝마치고 가려 합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사람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나봅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습니다. 기다림이라는 행동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는 그것들을 퍽이나 좋아합니다. 기다리지 않을거야 라고 말하는 외로운 그녀의 기다림이 눈물나게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 장면에선 몹시나 울고 싶어 끙끙댔습니다. 계속해서 말하던 가짜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기도 하고 가장 싫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 두살 먹어가는 것에 단 한가지 장점이라하면 진짜가 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나는 몹시나 진짜가 되고싶어 안달이나있습니다. 이 모습마저 가짜 같은건 모순인가요? 사실- 사실이란 말을 매우 많이 씁니다. 무엇이 사실이 아니기에- 이해받고 싶어 봤습니다. 악한 것은 없다고 말해주길 바라서 봤습니다. 그리고 선하고 악한 것이 아닌 숭고함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다시한번 말하자면 나는 외로움과 기다림을 몹시나 좋아합니다. 그 두 가지가 나를 휩쓸고 가는 날엔 내 자신의 정체성이 완벽하리만큼 느껴져서 미치도록 황홀합니다. 이 벤치에서 이야기를 끝마치겠습니다. 내일의 나는,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이 지루한 영화를 향해 울어버리고 소리칠 것입니다. 숭고함으로부터 시작되는 모든 것을 위하여.'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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