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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하기 다시 통합하기쓰다 2017. 7. 31. 17:00
오랜만에 글을 적고싶어 가방에 노트북 바리바리 싸들고, 또 감성맞는 곳에서 쓰겠다고 연남동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세바퀴 정도 돌때 되서야
딱 눈에 들어오는 곳에 이끌리듯 들어가 노트북을 펼쳤다. 근데 여기 되게 신기한게 가족이 다같이 하는것 같다. 참 재미난 일이다, 한 가게를 가족이서 빚어낸다는 것은!
엄마 어릴적 꿈이 대략 대여섯개 정도 됐는데 미용사, 간호사, 바리스타 정도가 있었고 그래서 언니는 간호사를 시켰고 말 제일 안듣는 나는
엄마 꿈이면 엄마가 직접 해. 라고 뻐팅겼다. 여하튼 그래서 엄마는 나에게 프랑스로 공부하러 가서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오면 카페를 차려준다 하셨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가게로 공방 겸 그림도 그리고 간소하게 커피도 팔고 (물론 난 여전히 바리스타를 할 셈은 없다 이건 오로지 엄마의 몫)
엄마의 또 다른 취미인 식물들로 공방을 숨쉬게 하고 그렇게 우리들의 공간을 빚어내는 것, 상상만 해도 좋은 일이다.
글을 오랫동안 적지 않긴 했지만 그렇다고 글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아녔다. 걸어가다가도 문득, 그리고 이번 여행 중에서는 더더욱. 왜 내가 글을
안적고 있는거지? 적는다면 무얼 적어야하지? 다시금 전에 적었던 글들을 계속해서 펼쳐보는데 나 도무지 이 글을 어떤 상태에서 적었는지 모르겠다. 그때의 내가 생소할 정도로
문장, 단어 모조리 낯설어서 한편으론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나 그때로 돌아가지 못하면 어떡해? 그때의 내가 좋았는데.
어제 비행기 타고 한국으로 오는 그 기내에서. 핸드폰도 안되고 할 것도 없어서 계속해서 생각했다. 글을 안쓰는, 혹은 그런 글들이 떠오르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들을.
답은 의외로 명쾌하고 확실하다. 왜냐면 난 말했다시피 이유를 만들어내거나 찾아내는 걸 몹시 좋아하고 그 글들에 명확히 이유는 제시되고 있었다.
내 글들의 근원은 우울함 외로움.
그리고 요즘 굉장히 밝고 편안하고 너무나 평범하게 살고 있다. 글의 원동력이 사라졌으니 글이 나올리가 있을까 그래서 그런거였지 뭐
그렇게 생각하니 한번도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본적 없었는데 너무 평온해서 낯설기도 하고, 이러다가 내 예술적 영감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의 어떤 부분들)
사라지면 어쩌지 많이 걱정도 된다. 삶과 예술을 분리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도태되고 있는 것 같다. 이대로 내가 멈춰버리면 어떡하지?
행복함을 표현하는 사람들 대단해! 내가 못한걸 하고 있으니까. 나의 예술을 위해 억지로 우울함 속에 파묻혀야 할까? 더 날 고립시키고 망망대해에
날 버려버리고 그렇게 숨막히게 조여와야 할까? 그렇게 작품을 얻고 나를 잃어야 할까? 스물 네살이 되니 또 다른 고민에 놓이다. 근데 이건 처음 겪어보는 경험이라 한동안
나를 무진장 괴롭힐 것만 같아.
평온한 내 삶에도 평범해지지 않게, 계속해서 채찍질해나아가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익숙한 것들을 관찰하고, 메모하는 습관,
책으로 느끼고 남들과 다른 눈으로 세상을 만져나가기. 역시 그동안 너무 안일했어 탓으로 돌리지 말고. 오직 나에게서만 찾아내기, 그리고 답도 나를 통해서 얻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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