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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은 내가 분리수거도 못하는 쓰레기가 된 것만 같다. 어제와 같은 그 상황에서 이 감정은 배가 된다. 내가 싫어하는 어떤 종류의 벌레가 된 것만 같아
토사물이 올라올 정도다. 벌게진 눈을 바라보다 마치 습득을 한 것처럼 거울이 되어 내 눈이 벌게지는 것은. 이 역겨운 묘사는 채색되지도 못한채 갈기갈기
찢어버려야 했다 적어도 양심이 있다면. 그들의 무게감은 나와 비할 수가 없겠지만. 그건 당연한거잖아 라며 존재에 대해, 무게에 대해 당위성을 만들어내고.
작은 공간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내 손을 맞잡아주었던 그 손은, 내 존재를 인정받은 그 순간부터 함께했던 울타리와 같아서 역시나 당연한거잖아. 라고
너무 손쉽게 생각해버렸다. 비오는 여름날 숲 속에 꼭 빈 시체로 남겨진 지렁이처럼. 겉면에 의지한채 수많은 애정어린 시선에도 난 여전히 빈 시체였다.
시간이 지나서 거울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되기까지.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기까지. 의문점이자 두려움이 있다면
나는 그 손을 내 온전한 의지로 인해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습득된 지렁이의 빈 시체와도 같을 것인가?
어느날 다시 거울에 비추어 너가 나를 바라볼 때 그것에도 어떠한 무게따윈 재지말고, 그냥 너무나 갑작스레 내 눈이 벌게진다면. 그게 당연해지는 순간이 온다면
더이상 빈 껍데기로 누워있지 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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