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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따라 날씨도 좋고 듣는 노래도 좋고 엄마가 계절 바뀐다며 새로 깔아준 침대커버와 두툼한 이불이 좋고. 퇴근 후 남는 시간에 적당한 카페를 찾아 쓰는 오늘의 일기가 좋고. 너무 평온한 듯한 하루들에 내일 걱정없이 사는 그런 나날들이야
나른한 내 집 앞 놀이터 이른 아침엔 할머니, 할아버지가.낮엔 어린아이들이. 저녁엔 강아지를 산책하는 부부들이 종종 보이곤 하는데 놀이터의 시소에서는 작은 꼬마아이가 뒷 쪽에, 반대편엔 꼬마아이의 누나가 앞 쪽에 앉아
균형감을 이룬채 마주보며 웃고 있었어.
자 이제 그만 집으로 들어가자 하는 엄마의 말씀에
자리를 뜨는 남매들이 지나간 뒤 남아있는 시소가
보였어.
누가 한쪽 의자에 돌이라도 얹고 가는 날엔 이게 무슨 짓이냐며 화낼지도 몰라. 이게 무슨 장난이냐며 꾸짖기도 할려나.
한쪽으로 기운 시소만 놀이터에 동동 남겨져서
어느 이름 모를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들어가는 길엔
그 돌을 치워버릴까 싶다가도, 그러지 못하겠어.
이 장난아닌 장난에 동요되는 내 마음에도, 난 치우지 못하겠어.
무엇에 이다지도 시소는 왔다갔다 하는지 모를 일이야.
나는 화가 나지 않았기 때문인건지. 해볼 수 없는 것들, 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에, 욕망을 품고 있는건지. 어느새 주체를 뛰어넘어서 이 자체를 선망하고 있는건지.
흘깃 보는 놀이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엘레베이터를 지나 문을 통해 들어가는 내 방 내 세계에서 이불을 덮고 누우면, 저 창 너머로 들려오는 놀이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지. 스물스물 올라오는 잠의 기운에 취해 그 사이 언저리를 웃도는 나는. 내가 이곳에 있는지 저 곳에 있는지도 모르겠어. 저 곳에서 나는 얼마나 위선적인 존재가 되고 마는지, 어디까지 언제까지고. 모르는척 뒤돌아서 웃음 짓는 내가, 얼마나 위선적인지.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 움직이는 시소의 삐그덕 소리에 귀를 막고 그만 이불 속으로 들어가버렸어.'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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