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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페라 역 칠 번 라인으로 향하는 지하철 앞
    쓰다 2019. 3. 10. 01:16



    오페라 역 이브리와 빌지프로 가는  7번 라인을 타는 곳에는 가끔 피아노 치는 어떤 분이 계신다. 

    몇 번 유럽 여행을 할 때는 지하철의 악사들이 신기해서 들뜨는 마음에 휩싸였었다. 하지만 이 곳에 터전을 잡다보니 어느 순간

    그 소리가 익숙해지더니 때로는 소음으로 느껴지기도 하던 터였다. 그러한 무료함에 노곤해질 때 쯤 그의 연주는 여행 때의 설렘을 주었다.

    비단 나 뿐만은 아닌 듯 지하철을 기다리는 많은 이들이 흘깃 그에게 관심을 표했다. 나는 괜히 텅 빈 지갑을 주머니 안에서 만지작 거리기도 했고, 

    어떤 날은 혹시나 하는 기대에 은밀히 지갑 안에 손을 넣어 동전을 세보기도 했다. 그러나 없으면 없어서, 있으면 나 먹고 살기도 바쁘다는 비릿한 생각들이 스쳐갔다.

    연주는 겨우 이 동전으로 내릴 수 없을만큼 값어치가 있었기에 적당히 지불하지 못한 연주비에 대해서는 괜히 죄인이 된 것만 같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그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연주에 심취해있었던 것은 나에게 나름의 안도감을 주기도 했다. 이 메모장을 든 건 정말 오랜만에 그를 다시 이곳에서 

    봤기 때문이다. 코너를 돌면서 부터 들리는 연주에서 아, 그 사람이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그것은 꼭 그의 표정과 닮아서 듣고 있으면 그의 얼굴이 그려진다.

    오늘은 희한하게도 지하철이 빨리 왔다. 연주 한 곡을 다 들을 겨를도 없이 바삐 달려온다. 나는 전과 달리 먹고 살만 했고 그에게 몇 푼이나마 존경심을 담을 수

    있게 됐다. 지하철 문이 열릴 새라 급하게 그에게 다가가 동전을 놓았다. 맨날 멀리서 몰래 보던 내가 그에게 처음으로 가까이 다가간, 아주 극적인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피아노 건반을 보던 시선이 동전을 놓는 나에게로 옮겨진다. 눈빛은 따뜻해서 그간에 죄인같던 내 마음이 씻어내려간 것만 같았다. 

    닫히는 문 틈 사이로 멜로디가 스며 들어오고 창 너머로 멀어지는 소리에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한껏 가벼워진 마음으로 시작하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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