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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르웨이숲/ 무라카미 하루키
    읽다 2019. 1. 31. 12:11


    왠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읽는다고 하는 사람들의 (소위 말하는) 허세가 싫어서 오기로 난 절대 이 사람 소설은 안읽어

    라고 다짐했는데, 이 곳에서 한국어로 된 소설을 읽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라서 우연찮게 읽게 되었다.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 그 허세가 싫다고 읽기 싫어했던 나조차도 결국은 어느 부류의 허세같아서 잠시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했다.

    자우림의 샤이닝을 같이 들었는데 너무 꼭 맞아서 주인공들의 이야기 사이사이로 이 멜로디가 훑고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나랑 같은 감정을 느끼길 바라며 이 영상을 첨부합니다!

    어쩐지 일본 소설을 읽다보며 특이점은 문장들이 내게 쏙쏙 박혀온다는 것이다. 번역가들의 재량일까? 일본어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심리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던 순간이었다. 


     12

    그리고 다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뭘 보고 뭘 느끼고 뭘 생각해도, 결국 모든 것이 부메랑처럼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고 마는 나이였다.


    47

    마치 몸이 둘로 갈라져서 서로 술래잡기라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야. 둘 사이에 커다란 기둥이 하나 있는데 그 주위를 빙글 빙글 돌면서 술래잡기를 해.

    적절한 말은 다른 내가 아는데, 여기 있는 나는 아무리 따라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거야.


     55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p62

    그녀가 갈구하는 것은 내 팔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팔이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나의 온기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온기이다. 

    내가 나라는 이유로 뭔지 모를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95

    나는 그 애달픈 마음을 어떤 다른 것으로 바꾸어 버릴 수도, 마음 속 어떤 장소에 간직할 수도 없었다. 그것은 내 몸을 스쳐가는

    바람처럼 아무런 윤곽도 없고 무게도 없었다. 나는 그것을 몸에 두를 수조차 없었다. 


    177

    만일 내가 너의 내면에 어떤 상처를 남겼다면, 그것은 너만의 상처가 아니라 나의 상처이기도 해. 그러니까 그 때문에 날 미워하진 마.

    나는 불완전한 인간이야. 나는 너처럼 자신의 껍질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가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야. 


    218

    그리고 목소리를 크게 낼 필요가 없어. 상대를 설득한 필요도 없고 누군가의 눈길을 끌 필요도 없거든.


    234

    감정이 차올라서 울어. 괜찮아. 그건 그것대로. 감정을 바깥으로 표출하는 거니까. 무서운 건 그걸 바깥으로 드러내지

    못할 때야. 감정이 안에서 점점 쌓여 점점 딱딱하게 굳어 버리는 거지. 


    264

    꽤 세찬 바람이 불었지만 버드나무 가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왜 흔들리지 않지, 생각하다 보니 버드나무 가지 하나하나에 

    작은 새가 매달린 것이 보였다. 그 무게 때문에 버드나무 가지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298

    우리에게도 아주 정상적인 부분이 있어. 그건 우리는 스스로 비정상이라는 걸 안다는 거지.


    378

    나는 한 개를 다 먹고 하나를 더 집어 들었다. 아작자작, 아주 기분 좋은 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졌다. 오이를 두 개

    먹어 치우고서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복도에 있는 가스 스토브에서 물을 끓여 차를 타서 마셨다.

    "물이나 주스 드실래요?" 나는 물어보았다.

    "오이," 그가 말했다.

    나는 방긋 웃었다. "좋죠. 김으로 말까요?"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시 침대를 일으켜 세우고 과일칼로 먹기 좋을 만한 크기로 오이를 자르고 거기에 김을 말아 간장에 찍어서 

    이쑤시개를 꽂아 그의 입에 가져갔다. 그는 거의 표정을 바꾸지 않고 그것을 몇 번이나 씹어 목 안으로 넘겼다.

    "어때요? 맛있죠?" 물어보았다.

    "맛있어." 그는 대답했다.

    "먹는 게 맛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에요.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요."


    399

    "그건 노력이 아니라 그냥 노동이야" 

    "내가 말하는 노력은 그런 게 아냐. 노력이란 건 보다 주체적으로 목적 의식을 가지고 행하는 거야."


    411

    정말로 똑같은 소리야. 늦은 아침하고 이른 점심 정도의 차이야. 먹는 것도 같고 먹는 시간도 같고, 그냥 부르는 방식이 다를 뿐이야.


    480

    봄의 어둠 속 벚꽃은 마치 피부를 찢고 튀어나온 짓무른 살처럼 보였다. 정원은 그렇게 많은 살들의 달콤하고 무거운 부패로 가득했다.


    488

    비스킷 깡통에는 여러 종류 비스킷이 있는데 좋아하는 것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먹어 

    치우면 나중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는거 거야. 나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늘 그런 생각을 해. 지금 이걸 해 두면 나중에는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깡통이라고.


    501

    주위가 어두우면 잠시 멈춰 서서 어둠에 눈이 익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529

    맞아, 죽는 다는 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야, 하고 나오코는 말했다. 죽음이란 건 그냥 죽음일 뿐이야.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겨있다.'

    우리는 살면서 죽음을 키워 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진리의 일부의 지나지 않았다.


    557

    하지만 나는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있죠, 그  장례식, 너무 쓸쓸했어요. 사람은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거예요.

    레이코 씨는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그렇게 죽어 가는 거야. 나도 자기도."


    565

    편지 같은 건 그냥 종잇조각이잖아요. 불태워도 마음에 남을 건 남고, 새겨 둬도 사라질 건 사라져 가는 거죠.




    책 한권에 여러 명이 죽고 아파하고 어떤 비정상적인 관계에 얽힘 속에서, 계속 해서 던졌던 이야기는 죽음과 삶은 어느 다른 

    지표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선으로 보는 것? 와타나베는 이 수많은 절망 속에서도 계속 살아간다.

    나는 사랑보다는 삶을 보는 관점에서 더 흥미를 느꼈다. 죽음은 너무나 가까이 있다는 게 나를 절망적으로 만들지만,

    나오코를 위해 쓸쓸하지 않는 장례식을 해준 와타나베와 레이코 라던지, 아버지의 영정 앞에서 벌거벗고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는 미도리라던지.

    정말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그렇게 죽어가고 죽음은 생각보다 대단치 않을까. 

    죽음을 운운하는 것도 결국 산 자들이 살아가기 위한 그들의 위로인 것 같기도 하고.

    미도리의 아버지가 오이를 먹는 장면은 너무 좋아서 그의 아작아작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릴 정도였다. 

    나는 너무 소설에 깊게 몰입한 나머지 미도리의 아버지 죽음에는 많이 슬펐다. 

    이기적이게도 나도 나오코처럼 죽음은 죽음일뿐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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