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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어느 이름도 기억 안나는 온라인 카페에서 펜팔 친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서로를 모르는 우리는 편지를 주고 받고, 어느 소정의 선물을 나누기도 했다. 그 시절 각자 소중했던건, 자신이 수집하고 있던 스티커, 맛있는 간식거리 정도였다. 편지를 보냈다는 쪽지를 받으면, 그날 부로 나는 학교가 끝나기 바쁘게 집으로 뛰어가 우편함을 뒤적였다. 어느날은 텅빈 우편함에 실망하기도 했고, 어느 날은 낯선 편지봉투를 발견하면 뛸 듯이 기쁘기도 했다. 그리고 예쁜 테이프로 둘둘 감싼 편지를 조심스레 뜯어내면, 그 두툼한 편지 봉투에는 사탕이며 귀여운 스티커가 한가득이었다. 마치 보물상자를 여는 행복을 맛보았다. 편지는, 지금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로 가득했지만. 그 당시엔 그것을 참 진지하게도 읽고 고민하며 한자한자 정성스레 답장을 적기도 했다. 떼어질 새라 꼼꼼히도 우표를 붙이고 학교 앞 빨간 우체통에 넣었던 순간까지도.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서며, 왕래하던 편지가 자연스레 하나 둘 줄어들고, 고등학생이 될 무렵엔 스마트폰이란게 생기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끊기게 됐다. 이제는 우리는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카톡을 주고받고 손쉽게 전화를 하고, 어쩌면 모르는 사람과 순수한 의도로 연락하는 행위는 도리어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집을 돌아오는 길, 이제 나를 반겨주는 우편물은, 갖가지의 청구서들. 돈 내라는 독촉서. 지겹도록 보이는 광고지일 뿐이다. 정성스레 꾸며낸 편지봉투 따위는 이제 없다. 모르는 이와 순수히 나누었던 그 보물상자는 어디로 사라져버렸을까. 우편함은 이제 더이상 반가운 존재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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