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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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쓰다 2017. 1. 29. 10:16
나와 닮은 수 많은 내 친구들의 손을 부여잡고, 어깨를 마주하며 일렬로 나란히 서있다. 바로 앞 코 닿을 거리에는 또 다른 나와 닮은 친구들이손을 부여잡고 어깨를 마주하며 일렬로 나란히 서있다. 어디까지고 끝을 모를 손에 손에 어깨와 어깨까지. 마주잡은 친구의 손의 몇 번째 손가락을꽉 하고 잡았을 쯔음에, 고막을 찢을 듯한 괴성이 들려오고 마저 발을 떼어내기도 전에 나를 잡아끄는 친구들은, 나의 친구들이자 '나'의 n번이자 다시 나는 그들의 n번. 몇 시간, 몇 백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를 빛과 어둠의 교차 속에서 몇 명의 몇 백명의 내가 사라졌을까. 뒤를 돌아 힐끗힐끗 숫자를 세다이내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그들이 말하는 이틀이라는 단어에서 -내게는 그것의 의미를 깨닫지는 못하였지만- 2n 혹은 2렬 정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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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쓰다 2017. 1. 19. 19:11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은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서늘한 분위기가 맴돌기도 신기한 기분이 들기도 하다끄끝내 이런 요상한 생각들을 정리하기도 벅차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간단명료하게 결론 내리지만, 어쨌든 형언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단 셈이다.여러 세계에 여러 사람들을 보았지만 내가 가장 낯설었던 부류가 한 쪽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가까울 수도 있을 그들은, 나에게 가장 먼 존재가 되기도 한다. 자주 종종, 그들을 마주할때면 그 세상을 엿볼때면 그 곳에 위화감없이 낄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자심감에 사로잡혀있을때가 있다. 왠지 그 세계는 나의 세계의지름길을 안내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든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네 생각은 옳고, 너의 판타지는 멀지 않다. 이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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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쓰다 2017. 1. 7. 06:45
제일 좋아하는 일을 묻는다면 매우 많아 나열하기도 수십가지이다 남들보단 관심사가 좀 더 많지만 가끔은 다하기가 버거워 다 안해버릴때도 있다그렇게 좋아하는것들을 버리고 버려 단 몇가지를 남기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고 그간의 아릿했던 성장통도 있기 마련이었다. 몇가지에서 다시 단 한가지가 되기까지 어느 것의 교집합일지도 모를 또다른 기로에 놓일때면 이것이 맞는가 싶더라도 답은 내가 정한다는 다소 뻔뻔스러우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말이 떠오른다.실은 답이라기보단 믿음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필요한건 답안지와 채점이 아니라는 걸, 지금 가는 이 곳은 가지 않았던 그 어떠한 길 보다 분명 행복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존재해야 하며, 이로부터 비로소 어두운 밤길에 차례로 가로등이 켜지게 될 것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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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정리쓰다 2017. 1. 6. 03:30
2017년에 3일째에 접어들며연말,12월 31일편지정리를 했다실은 연말이라는 이유는 내게 큰 이유가 되진 못했다. 단지 그 단어가 좀 더 무난하며 납득가는 이유일 것 같아 적어보았다. 두 상자 정도에 겹겹이 쌓인 편지를 방바닥에 우수수 덜어내곤 가장 큰 편지부터 줏어 담았다. 왜인지 지금 연락이 두절된 친구들의 편지는 읽기가 낯설어 한 줄 읽곤 넣어버렸다몇개의 편지들은 봉투만 봐도 가슴이 설레고 메어져 방한구석에 따로 놔두고 가벼운 쪽지들은 읽으며 실실 웃다 다시 모아진 편지들을 모아 침대에 몸을 뉘이곤 하나씩 하나씩 읽어보았다. 다음 문장이 다음 단어가 히읗을 쓰는 특유의 필기체가 무엇인지도 알정도로 닳도록 읽은 편지였지만처음보는 낯설음과 새로움이 그리고 묘한 떨림이 다시 한번 스며오길 바라며 천천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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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쓰다 2016. 12. 12. 04:45
누군가는 나의 손을 보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런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 그 누군가는 나의 발을 본 뒤에도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내가 물었을 때 비로소 대답했다. 그 누군가가 나의 머리를 만져주었을때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의 눈빛은 더는 나를 바라봐주지 않았지만, 그는 그렇게 말했다. 더는 묻지 않았다, 더는 답하지 않았으며 더는 볼 수 없었다. 나의 손은 내가 될 수 없었다, 그 누군가는 나를 얼만큼 보았는가 내게 물었다. 그 누군가는 나를 얼만큼 알았는가 다시한번 내게 물었다 가끔은 나의 손을 보고 사랑한다 말하는 그들을 믿을 만큼 내 상처는 다 여물지 못했으니. 그래, 나의 손은 나를 정의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나는 네가 보는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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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쓰다 2016. 12. 5. 04:54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의 진화는 네발에서 두발로 걸을 수 있는 자유를 주었지만 두발이 주는 부재로부터의 자유는 주지 못하였다. 함께했던 두발을 잃은 두발은, 결핍으로의 외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의 존재를 채우기위해 다른이의 두발을 만나 함께 걸어간다. 그래,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두발의 자리를 채우기위해 누군가를 만나고 나누며 네발이 되어 같이 걸어간다 . 내 세상에 나는 아직도 불완전한 걸음을 딛고 있다. 흔들흔들 땅위에 얹은 두발이 절벽끝으로 떨어질것만 같은 날들. 이내 내 불안한발걸음을 그들은 비웃을것만 같는 날들. 그래, 원초적 내 우울함의 근원. 나와 걸어나갈 그 두발걸음의 부재 속에 나는 이리도 우울함에 허덕였나보다. 누군가는 말했지, 너는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라고. 아 나는 대답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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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되다쓰다 2016. 10. 13. 03:39
거꾸로 가는 시계가 없어 나는 내 세계를 멈추고 뒷걸음질 쳤다. 멈춰진 두시에는 여러 방의 문들을 들락날락. 방들은 닫힌지 오래인데 겨우내 두들겨 들어가, 안락의자에 앉아 이천십삼년 그 언저리 흑백들을 뒤적여본다.이 방 안 익숙히도 풍기는 그 향에 온 몸은 나른해지고 몇시인지도, 몇분인지도 알지 못한 채 취해 버리고 만다. 미련을 떨치지 못하며 겨우 나온 방에서/밖에/지금이곳은/ 시계와 사람과, 세상의 시계들과 나 이외의 모든 이들/ 이 모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움직이더라. 나는 이렇게나 뒤돌아왔는데 너무 멀어보이는 저 너머, 그 너머, 보이지 않는 너머의 너머. 더이상 따라가길 포기하고 다시 닫혀진 방 어느 하나로 기어가 앉락의자에 매달리듯 숨을 내고르곤, 가벼운 미소만을 띄운다.멈춰진 두시를 뒤로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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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쓰다 2016. 9. 13. 03:31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건 집에서 아빠라고 부를 사람이 없어서도, 아빠의 품이 그리워서도 아니다. 몇 달만에 보는 아빠와의 만남이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것 그것이 나를 가장 마음 아프게 한다. 가끔 보는 우리 아빠는 내가 말을 하면 다른 말로 넘기거나 반응이 시큰둥하다. 서서히 자라며 나도 그런 아빠에 대해 무덤덤해졌고 대화는 자연스레 줄었다. 몇일 전 엄마가 빨래를 개다 말고 일상처럼 말을 꺼내신다. 늘 그랬듯 나는 티비 리모콘을 들고 건성스레 대답하던 중 엄마는 티비 소리가 크다며 " 네 아빠도 귀가 안들려서 꼭 이렇게 크게 듣지 않니" 가끔은 상대방이 열 번의 신호를 보내주어도 모를 때가 있다. 그만큼 내가 그사람에게 얼마나 무심했었나 알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아빠는 그러고보면 항상 내가 "아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