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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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가지볶음쓰다 2016. 7. 21. 03:25
어릴적 부모님의 맞벌이가 나를 외롭게 만든 것은 아니다. 나를 혼자 둔다해서 무심했던 것이 아니였고 오히려 그보다 더한 사랑을 주었기에 괜찮았고 익숙해졌다. 집에 오면 티비를 보는 것도 자기 전 내일 입을 옷을 머리맡에 두는 것도, 그리고 어렴풋이 잠결에 내 이마를 쓸어주시는 어머니의 손길도. 대학교 4년 간 자취를 하며 보냈을 때도 떨어져있음에 외로움이란 없었다. 우린 자주 통화했고 나는 매번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다시 기숙사로 들어가야하는 그 해 여름. 어머니는 일을 관두셨다. 9살 이후로 떨어져있던 어머니의 존재. 그것에 대한 낯설음. 행복함이 공존한다. 하지만 도리어 더한 외로움은 폐부를 깊숙이 찌른다. 잠시 일을 하다 나와 받는 어머니의 전화. 오늘은 뭐했어? 차차랑 누워있다 언니 올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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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비오는 런던에서 천천히 걷기쓰다 2016. 7. 2. 02:44
[다시보는 런던의 뮤지컬]2년 전 언니와 봤던 오페라의 유령. 나는 거하게 잤다. 다시금 뮤지컬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빅벤가는 길에 빌리라는 뮤지컬이 있었고 무작정 들어가 칩티켓을 외쳤다. 다행히도 29파운드를 하는 티켓이 몇장 있었고 갑작스레 지금은 뮤지컬 공연장 안이다. 내용도 모르고 영어도 못하는데. 와이파이도 안되니 걱정이지만. 이번에는 기필코 안자겠다고 결심해본다. [생각]같은 번호의 버스가 엇갈려 지나갈 때 운전기사분들이 손인사를 주고받는지. 숨바꼭질을 하거나 도서관에 가면 꼭 소변이 매려웁다던지. [빌리]딱히 기대를 하고 본 뮤지컬도 아니였고, 무계획에 즉흥적이었던 뮤지컬이었는데. 처음 오프닝이 시작하자마자 울컥하고 뜨겁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더랬다. 내 자리는 구렸지만, 덕에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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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악몽같은 세븐시스터즈와 뜻밖에 인연쓰다 2016. 6. 29. 18:04
[세븐시스터즈] 런던브릿지에서 이스트 크로이던까지. 거기서 갈아타라길래, 갔다. 왜 갈아타는지 의문이었지만 탔다. 내리면 바로 브라이튼 가는 트래인이 있을 줄 알았다. 내리니 나보고 이스트 그릿치까지 간 다음에 버스를 타고 스리브릿지에 가서 다시 기차를 타고 브라이튼을 가란다.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난 지금 지하철을 타고 런던브릿지까지 다시 기차를 타고 이스트 크로이던까지 그리고 여기서 기차를 갈아타 이스트 그릿치까지 그리고 버스를 타고 스리 브릿지....지금은 브라이튼으로 가는 기차에 탑승한다. 난 여기에 내리면 또 세븐 시스터즈로 가는 버스에 한시간 정도간다. 네시간 넘게 걸려 가고있다. 이정도면 독일에서 영국 온 시간 보다 길다. 비도온다. 미치겠네. 곧 어두워질 삘. 꿈만 같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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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년만에 다시 런던쓰다 2016. 6. 29. 15:32
[생각] 혼자 여행하면서 제일 걱정했던 건 외로움이었는데 난 정말 신기하게도 이주가 넘는 시간동안 외롭지 않다. 그냥 편하고 살아도 될 정도로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4-5일 여행에도 외로웠던 그때를 떠올리니 직감적으로 여기선 괜찮겠다 싶다. [생일 끝 2016년 시작] 생일에 호들갑 백배는 떠드는 내가 오늘은 그냥 연말같고 마음이 편하고 그랬다. 민박집에서 우연히 만난 동갑내기 친구들이랑 불꽃놀이 보러 가다가 우연히 생일을 알게 되고, 카페에서 친구가 머핀을 사다줬다. 케이크라며 사다줬는데 이렇게 오늘 처음 본 친구들이 내 생일을 축하해준다는게 묘했다. 그리고 머핀은 내가 싫어하는 생강맛이었다. [런던아이의 12월 31일 불꽃놀이] 11시 30분쯤 좋은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열시쯤엔 안가던 시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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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독일에서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쓰다 2016. 6. 29. 15:25
[고쳐야할 점] 오늘 진짜 너무 힘들다. 항상 내 이런점은 고쳐야할 것 같다. 자취 끝난 후 짐 빼고 나올때 진짜 딱 이정도로 허겁지겁이었다. 애초에 일찍 일어나서 했으면 괜찮았으련만, 매번 무슨 자신감으로 천하태평한지 모르겠다. 오늘도 일어났는데 30분간 뒹굴거렸다. 10시에 나와도 모자랄 판에 10시 30분에 나와서 알렉산더 플라츠에 40분정도에 내렸다. 이때까진 그래도 희망이 있었는데 버스 정류장이 너무 안보이는 거다. 한대는 그냥 지나가고.. 그때부터 진짜 조마조마해졌다. 그리고 겨우 찾아 탑승한게 11시였다. 11시30분에 도착해도 한시간 남은거니, 인천으로 따지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수준인데, 베를린이니까 라는 생각으로 겨우 정신을 다잡았다. 못 탈 확률을 반 정도로 잡아 돈을 빼서 다시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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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지막 베를린이자 독일쓰다 2016. 6. 29. 15:21
[마지막] 독일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날이다. 꽤나 오래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하루에 한군데로 잡고 여유롭게 돌아다니다보니 후딱 지나갔다. 저녁 여섯시 일곱시만 돼도 상점이 닫으니, 늦잠을 자고 오전 11시쯤 나오면 아쉬울 따름이다. [다시 오고 싶은 베를린] 베를린은 꼭 다시 오고 싶다. 그땐 영어도 좀 잘해서 광란의 파티도 즐기고, 외국인 친구도 사귀고, 이번 여행 때 못해본 밤을 멋드러지게 즐겨야지. [웨스트베를린] 어제 갔던 카페에 다시갔다. 체크포인트찰리역에서 나오면 바로 있다. 들어가자 어제 봤던 언니랑 오빠가 반갑게 인사해준다. 어제 왔던 친구구나 하고 아는 눈치다. 계산대에서니 민머리 오빠가 또왔네? 하는 눈으로 다시한번 인사해주었다. 부끄러워서 괜히 고개숙여 웃었다. 초코케이크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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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쓰다 2016. 6. 18. 02:15
매번 오는 이곳은 어떠한 사사로운 감정보다도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이 곳 모든 것에 담겨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지도 못한채 피부로 먼저 다가왔던 순간들은 이내 합리화되었다. 비로소 알게됨으로써. 끝없는 자극들은 박혀온다. 실은 그 한순간의 선택과 말들이 다가 아니었음을. 나는 이곳에서 그 선택들을 차근차근 존중하고 있었음을 비로소야 알게되었다. 우리는 이 일이 위대한 일이 될 수도, 하찮은 허세로 평가받을지도. 그렇지만 우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임을 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고, 나는 뒤늦게야 알아버렸지만. 의심을 받을지언정 의심을 하지 않았던건 내게 거는 자신감도 아니고 내가 너무 잘나서도 아니고, 불안정한 흔들림을 위한 세뇌와도 같은 것이라면.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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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쓰다 2016. 6. 18. 02:07
겨우 숨을 붙인 채 도마 위에 누운 동태는 퍼덕일 힘도 없이 눈알만 굴리는데 아래 보이는 푸른 물 속 미꾸라지들은 제 세상인냥 유유히 헤엄치는데 동태는 눈만 꿈뻑꿈뻑 감은 눈에서도 제 세상은 무엇이었는가 눈만 꿈뻑꿈뻑 미꾸라지 지느러미에 푸른물결 스치듯 동태의 눈알로 톡독. 오랜만에 맛보는 푸른 세상에 동태는 남은 힘을 쥐어짜며 퍼덕퍼덕 딱딱한 나무 위 퍼덕퍼덕 저물결에 담구고 싶어 마른 몸을 비틀으며 퍼덕퍼덕 동태의 움직임에 우리네들 실하다고 퍼덕이는 동태를 한번 쾅. 두번 쾅. 맛있겠다고 다시 쾅. 갈라지는 배를 보며 쾅. 흐르는 침은 동태의 눈알로 톡독. 꿈뻑이던 눈알은 두어번 그렇게 두어번. 감은 눈에 보이는 세상, 내가 꿈꾸던 세상은 무엇이었느냐고 비릿한 침냄새 따라 감은 눈과 함께, 내가 꿈꾸..